다만 연대책임제와 같은 강경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공무원들의 반발 등 내부적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20일 대구시청에 따르면 권영진 시장이 16일 시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서원이 비리에 연루되면 그 부서 전체에 인사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강구하라”고 말한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돈다.
대구시 관계자는 “청렴을 추구하는 취지 자체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직원이 몰래 부정을 저지른 것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본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듯 하다”고 우려했다.
최근 대구시에서는 공무원 비위가 잇달아 적발됐다.
대구시 사무관 박모 씨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특정 건설회사의 행정 절차에 편의를 제공하고 관계자들로부터 골프장 비용이나 숙박료 등 1300만 원가량의 혜택을 받은 혐의로 2일 구속됐다.
대구시 건축직 공무원 3명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건축 브로커에게 뇌물을 받고 대구 시민운동장 리모델링 공사 시공사에 압력을 넣어 특정업체에 하청을 주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권 시장은 이처럼 특정업체에 불법으로 이익,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대구시의 신산업을 키우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은 물산업, 로봇산업 등 새로운 산업에 힘을 실으면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물산업은 생활·공업 용수의 생산과 공급, 상하수 처리 등 물과 관련된 제조·건설·엔지니어링산업을 말한다.
권 시장은 10일 물산업의 핵심기관인 물기술인증원 유치를 확정했다. 로봇 관련 국책기관인 로봇산업진흥원과 주요 로봇산업체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전기 등을 대구시에 끌어오기도 했다.
권 시장이 이처럼 새싹을 틔운 신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대구시에 기업 유치를 확대하려면 공무원 비위만큼은 확실하게 뿌리뽑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서대구역 역세권 개발,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등 지역사회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강경책을 통해 비위 발생을 사전에 완전 차단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다만 권 시장이 내놓은 연대책임제가 공무원 비위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재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시지회장은 “말단 공무원은 상관이 불법적 지시를 내려도 근무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권 시장이 내부고발자 보호 등 공무원 비위를 줄일 수 있는 다른 제도를 먼저 보완하지도 않고 연대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장 지회장은 “연대책임제를 시행하면 당연히 공무원들의 사기와 업무 적극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권 시장은 당분간 공무원 비위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이 2일 정례회의에서도 “공무원 개개인의 비위에 부서장과 상위 결재선까지 모두 연대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최소한 부서원 비위에 따른 부서장의 연대책임만큼은 그대로 강행하지 않겠냐는 것이 대구시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