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피지 난디에서 열린 한국, 중국, 일본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경기부양의 방법을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
홍 부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주기를 바라지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금리는 유지하고 재정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7일 홍 부총리는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요 국가의 증권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리스크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에 경계감을 지니고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올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트윗의 글로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의 분위기가 공세적으로 바뀌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데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이 총재의 생각은 홍 부총리와 사뭇 다르다.
이 총재는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마친 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재부각됐지만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크게 불안해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 두 사람이 같은 사안에서 다른 목소리는 내는 것은 국내 경기부양과 관련해 놓여있는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3%로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정부의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2.6~2.7% 달성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경제 전반을 관장하는 홍 부총리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셈이다. 홍 부총리로서는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주변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기부양을 위해 기획재정부는 4월25일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4월 임시국회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정당 사이 갈등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은 물론 아무런 법안처리도 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7일 국무회의에서 “4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데 추가경정예산안의 심의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며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 통과시켜 주기를 다시한번 요청 드리며 여야 구분 없이 만나 협조를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정책에서 할 일을 다 하고 국회를 기다려야 하는 홍 부총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의 지원이라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 경기를 비교적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홍 부총리는 2일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피지 난디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단이 방한했을 때 통화정책은 완화정책으로 가라고 권고했고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의 역내 거시경제감시기구(AMRO)도 한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으로 가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라는 지위에서 통화정책을 언급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국제기구의 의견을 인용해 우회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주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에는 부정적이다.
기준금리의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세 등 다른 경제지표에 미칠 영향을 꼭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율과 부동산 시세 역시 국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지표들이고 아직까지는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를 지켜보고 조심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도 가계부채 구조개선 관련된 행정지도를 강도높게 유지하고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세조종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거종합계획안을 내놓는 등 관련 규제에서는 고삐를 놓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 총재는 1일 피지 난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써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경정예산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이럴 때 정부는 기존 예산이 계획대로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