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8조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실적을 발표했다. 선방을 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정보기술·모바일(IM) 사업 등 삼성전자의 전통적 효자들이 제몫을 했다. 다만 모바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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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는 8일 올해 1분기 매출 53조 원, 영업이익 8조4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은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 가량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 정도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소폭 늘어났다.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했을 때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도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과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반면 디스플레이와 소비자가전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가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이 6조 원, 반도체 부문이 2조 원, 디스플레이 부문이 2천억 원, 소비자가전 2천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각각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보기술 모바일 부문은 치열해진 경쟁에서도 꾸준히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킨데다 마케팅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감소해 수익성이 예상을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된 점도 영향을 줬다. 갤럭시S4, 갤럭시노트3와 그 밖의 중저가 제품을 합쳐 9천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반도체 부문은 매출 9조8730억 원, 영업이익 2조730억 원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실적은 D램이 견인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와 낸드플래시의 부진을 D램이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전망도 밝게 본다. 삼성이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일만 남은 만큼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9조 원대로 올라서고 하반기 10조 원대의 이익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세웠던 연간 실적 사상 최대(영업이익 36조7850억 원)의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우선 2분기 지난달 말 출시한 갤럭시S5의 판매가 본격화된다. 2분기 갤럭시S5의 이렇다 할 경쟁 모델이 없는 상황이라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5는 이전 모델인 갤럭시S4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 86만6800원으로 출하돼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광고 등의 일회성 비용을 줄이는 마케팅 최소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삼성전자는 꼭 필요한 마케팅이 아니면 비용을 아끼겠다고 공언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전망도 밝다.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물량이 많고 생산단가 절감 측면에서도 경쟁업체 대비 기술력이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전 부문 역시 2분기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 판매량이 증가하는 데다 월드컵도 기다리고 있어 TV 판매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삼성전자 내에서 모바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IT모바일 분야에서 나오고 있고 반도체 부문 역시 모바일에 탑재되는 분량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이 포화시장이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3분기에 아이폰6가 출시될 예정인데다 올해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주춤할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삼성전자의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잠정실적이다. 잠정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다.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7월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확정 실적은 이달 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