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영등포역 앞 영중로의 보행권을 확보하고 노점상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묘수를 찾고 있다.
4일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채 시장은 영중로 거리의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불법 노점상을 철거하고 7월부터 거리가게 30곳을 설한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지는 거리가게 때문에 시민들의 보행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애써 깨끗해진 도로에 다시 노점상이 들어서면 다시 보행도로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중로는 영등포역 삼거리에서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이르는 390미터 거리인데 40년 동안 불법 노점상이 보행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많을 때는 58곳의 노점상이 자리를 잡아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할 뿐 아니라 시민들이 노점상을 피해 차도로 나가 버스를 잡아타야 해서 민원 제기가 끊이질 않았다.
노점상에 따로 수도시설이 없었기에 위생과 환경문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노점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악취에 쥐가 출몰하기도 했다.
영등포구청은 불법 노점상 단속을 시도하려 했지만 노점상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돼왔다. 강제 철거한 자리에 하루만 지나면 다시 불법 노점상이 자리를 잡기도 했다.
채 구청장은 2018년 8월 취임 직후 노점상 철거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반발하는 노점상 주민들에게는 ‘거리가게 허가제’라는 당근을 내세워 합의를 이끌어 냈다. 영등포 구청의 허가·감독 아래에 생계형 거리가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협의했다.
기존 노점상 중 생계형 거리가게로 선정된 곳은 30곳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1월 제시한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노점상 본인 재산이 3억5천만 원 미만, 부부 합산 4억만 원 미만이면 거리가게 허가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거리가게는 상수도, 전기 시설을 설치해 위생문제를 해결하고 상인들은 도로점용 허가에 따른 점용료를 내게 된다.
채 구청장은 3월25일 지게차와 트럭, 청소대를 동원해 불법 노점상을 철거했고 사전협의를 거쳤기에 상인들의 반발이나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영등포구청은 4월부터 신규 거리가게 판매대에 연결할 전기·수도공사 및 버스정류소 이전·설치 등 시설물 공사를 시행하고 6월 말까지 보도블록, 거리 조명 등 보행로 정비 공사를 마친다.
새로 들어서는 거리가게 30곳은 7월부터 운영된다.
온라인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노점상이 철거되고 확 넓어진 영중로의 거리 사진이 퍼지면서 “속이 시원하다”,“인도인데 인도가 아니라 정말 불편했는데 잘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 영중로 불법 노점상 철거 전(왼쪽)과 철거 후.<영등포구청> |
하지만 시민들은 철거한 자리에 다시 거리가게를 조성한다는 구청의 계획을 두고는 “거리가게가 생기면 다시 좁아지는 거 아니냐”,“노점상과 거리 가게 차이가 뭔지, 결국 또 들어선다는건데 철거한게 도로아미타불 되는 거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채 구청장은 거리가게 조성이 노점상과의 상생을 위해 이미 협의된 사안이라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애써 치운 보행로에 다시 노점상이 들어서 보행권이 침해된다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채 구청장은 노점상 위치와 규모를 두고 시민 보행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거리가게는 매매나 임대, 상속이 안돼 장기적으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매년 실등록자가 운영하고 있는지, 위반사안은 없는지 엄격하게 확인해 허가를 갱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리가게 위치도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출입구, 횡단보도, 차량 진입로 등을 피해 최대한 보행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배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