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인권상황이 국제기구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인권보호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국가적 망신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의 자격논란과 그동안 인권위 활동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부정적 평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런 논란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우리나라 인권상황에 대한 세게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이다.
|
|
|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120여 개국의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인권위에 기존 A등급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올해 하반기로 연기한다는 서신을 보냈다.
이 위원회는 5년 마다 각국 인권기관에 대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의 준수를 검토해 등급을 A~C로 매긴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4년 위원회에 가입한 뒤 2004년 4월과 2008년 11월 두 차례 심사에서 모두 최고인 'A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이 위원회가 등급 재심사를 연기하면서 강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B등급으로 강등될 경우 ICC에서 투표권과 발언권을 박탈당한다.
이 위원회는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위원 임명절차에 대한 투명성 ▲인권위원와 직원 구성의 다양성 보장 ▲인권위원과 직원 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 등 3가지 부문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오는 6월30일까지 지적한 부분에 대한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 위원회는 이 답변서를 토대로 오는 10월부터 재승인 심사에 들어간다.
인권위는 "법과 제도 등 법률개정 관련사항이므로 인권위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입법부 등과 협의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등급 재심사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의 자격 논란과 현 위원장의 인권위원 인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위원장은 임명 당시부터 인권 분야에서 활동한 전력이 없었던 데다 국회 청문화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이 제기돼 자격논란이 일었다.
또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상임 및 비상임 인권위원 10명 가운데 7명이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돼 논란이 벌어졌다. 인권위의 활동에 대해 국내 인권단체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등급 재심사와 관련해 "2013년 하반기 국제조정위원회 등급 재승인 심사를 받은 9개 국가인권기구 중 동티모르를 제외하고 독일을 포함해 8개 기구가 등급 연기 판정을 받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승인 심사 후 곧바로 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몇몇 사항을 권고해 최종결정을 다음 회기로 연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등급결정 기준은 한 국가의 인권상황이나 인권기구의 활동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