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여느 재벌 후계자와는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일탈행위도 없었다.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경영을 맡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체질을 바꿔내고 있다.
현대차가 IT기업보다 더 IT기업으로 변해야 한다며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친환경차와 미래차에 투자도 늘리고 있다. 한편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경영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는 보수적 문화로 유명한데 공개채용을 없애고 자율복장제도 도입해 기업문화를 바꾸는 시도도 계속 한다. 정 부회장이 ‘셀프동영상’을 찍어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단적인 사례다.
이런 정 부회장에게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해 손에 쥐게 되는 큰 돈은 옥에 티가 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한 지분 절반을 내놓아 최소 8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계속 보유하게 될 지분을 합치면 상장으로 얻게 되는 돈이 1600억 원 안팎에 이른다.
그가 2000년 처음으로 현대오토에버를 설립할 때 들였던 돈이 10억 원 남짓했으니 19년 만에 160배의 차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기업인이 각고의 노력으로 경영에 성과를 내 기업가치를 높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성장하고 기업공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땀흘려 얻은 성과로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대오토에버가 최근 5년 동안 벌어들인 돈의 90%가량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물려받거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현대오토에버 상장으로 정 부회장이 손에 쥐게 되는 돈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다른 재벌 후계자와 다르다는 정 부회장답지 못한 일이다.
경영권 승계에 일감 몰아주기로 큰 기업에서 얻은 거액이 동원됐다는 꼬리표는 정 부회장에게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른 재벌 후계자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기독교인은 십일조를 교회에 낸다. 소득의 10분의 1을 하나님에게 바친다. 하나님이 부족한 게 많아 기독교인에게 십일조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득의 10분의 1 정도는 교회를 통해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정 부회장도 현대오토에버로 번 돈의 십일조 정도는 사회를 위해 쓴다면 ‘역시
정의선은 다르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