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유지한다.
박 의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남게 되면서 화학업계 출신이 아닌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임기 초반 경영활동의 든든한 조력자를 확보하게 됐다.
▲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왼쪽)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
26일 LG화학 관계자는 “박 의장은 정해진 임기 2021년까지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며 “신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의 경영활동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그동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왔는데 박 의장의 이사회 의장 유임으로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실험하게 됐다.
LG화학의 이번 결정은 전임 대표이사였던 박 의장을 예우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신임 대표이사인 신 부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신 부회장은 화학업계가 아닌 소재회사 3M 출신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올해 1월 정식 출근을 시작한 뒤로 사업장 방문을 이어가며 업무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박 의장은 석유화학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일뿐만 아니라 LG화학의 사업 다각화에도 성과를 낸 만큼 신 부회장의 임기 초반 경영 부담을 충분히 나눠질 수 있다.
앞으로 박 의장은 이사회를 주도하며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전략의 큰 틀을 제시하는 역할을 주로 맡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LG화학은 사업부문들 사이에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아 박 의장이 준비했던 전략들이 신 부회장의 임기 초반 경영에 그대로 반영될 수도 있다.
우선 박 의장은 기초소재부문에서 고기능성 소재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의 생산설비 증설을 마무리하는 일을 챙겨야 한다.
LG화학은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ABS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15만 톤에서 30만 톤으로 늘리는 증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BS는 박 의장이 LG화학 기초소재부문의 주력제품으로 키워낸 고부가 소재로 공장이 상업가동을 시작하는데 신 부회장의 능력보다는 박 의장의 노하우가 더 필요할 수 있다.
박 의장의 경영 노하우는 배터리부문에서도 필요하다.
박 의장은 LG화학이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왔던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30여곳에 이르는 완성차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전력이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2019년부터 본격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박 의장의 영업전략이나 네트워크는 여전히 요긴하다.
LG화학의 바이오부문은 박 의장이 직접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으로 박 의장이 2016년 팜한농, 2017년 LG생명과학을 인수하는 과정을 주도하며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바이오부문은 아직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박 의장은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그린 구상을 차기 경영진이 보다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장이 기초소재, 배터리, 바이오 세 부문의 경영활동과 관련해 신 부회장을 돕는 것으로 신 부회장은 정보전자소재부문의 혁신이라는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은 2018년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신 부회장에게 정보전자소재부문의 혁신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부문이 2016년부터 영업이익이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어 사업전략을 기초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신 부회장이 임기 시작부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왔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의 임기 초기 부담을 덜기 위해 2018년 12월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신설하고 정호영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 사장이 겸직하는 등 신 부회장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은 1952년 생으로 1977년 LG화학의 전신 럭키(Lucky)의 프로젝트실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여천 스티렌수지공장의 공장장, 특수수지사업부장 등을 맡아 현장을 지휘했고 2008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사장에 임명됐다.
2012년부터 LG화학 대표이사를 맡아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LG화학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