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롯데케미칼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임 대표는 인수합병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로 취임 뒤 활발한 투자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석유화학업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존에 추진 중인 사업을 관리하는 데 힘을 쏟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6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부문 인수를 놓고 부정적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친 결과 인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며 “롯데케미칼의 자체 석유화학사업은 진행하고 있는 투자건이 많아 인수합병에 앞서 집중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앞서 1월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인수합병은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며 “업황이 하향 사이클로 들어서고 있어 회사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대표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선임되던 당시 업계에서 예상하던 행보와 다소 방향이 다르다.
임 대표는 롯데지주에서 가치경영실의 실장을 맡아 롯데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최근 전기차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자동차 경량화용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성장 전망이 밝은 사업부문인 셈이다.
하지만 임 대표는 막 시작된 대규모 투자들을 챙기는 것이 인수합병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만든 합작 자회사 현대케미칼의 중질유분해설비(HPC) 건설계획에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2021년 말 완공을 목표로 2조7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지반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8월 본격적으로 설비 건설이 시작된다.
해외에서는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계획이 이미 첫 삽을 떴다. 4조 원을 들여 2023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7일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그룹 차원의 관심이 집중된 프로젝트인 만큼 임 대표는 프로젝트를 세심하게 지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상업가동을 앞둔 해외시설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 원을 투자해 지은 에탄 분해설비와 모노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가 2월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 설비들을 통해 연 2천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석유화학제품 자체의 수요가 적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에틸렌의 판매가격도 낮게 유지되고 있어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나온다.
석유화학시장 조사기관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1월 에틸렌은 톤당 918달러에 거래됐다. 2018년 전체 평균가격인 톤당 1226달러와 비교하면 25% 낮아진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하반기 울산 메타자일렌 공장과 여수 폴리카보네이트 공장의 증설도 마무리된다. 두 공장의 증설에 37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두 제품 역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4분기 메타자일렌과 폴리카보네이트는 각각 톤당 평균 720달러, 258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같은 해 3분기 평균가격보다 각각 60달러, 409달러만큼 낮아진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지난해 고전했다. 매출 16조4267억 원, 영업이익 2조917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데 2017년과 비교해 매출은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6% 줄어든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