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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에 실린 김영하씨의 칼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즈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한국의 대표작가 김영하. 그는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게재된 두 편의 칼럼에서 각각 주술에 의존하는 한국 재벌들의 풍습, 게임중독법 논란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속에서 작가의 위트 있는 필체가 돋보였다.
◆ 주술에 의존 하는 재벌들의 이상한 풍습 비꼬아
“공공연한 비밀 하나. 21세기인 지금, 아직도 한국에서는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이 회사의 운명을 주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칼럼 'CEO가 주술에 빠질 때'(When C.E.O.'s Embrace the Occult)에서 지난 9월 SK그룹 횡령 사건으로 1•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최태원(53) SK그룹 회장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재벌과 주술의 관계를 풀어나갔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은 김 고문이 최 회장의 점쟁이 역할을 해왔다고 믿는다”면서 한국처럼 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 CEO들이 점쟁이에 의존 하는 게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재벌과 점쟁이의 관계는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술에 빠진 재벌의 사례는 최태원 회장뿐만 아니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동생인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상속분쟁이 있었을 때 점쟁이를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은 풍수를 믿었고 사원 면접을 볼 때 관련 주술 전문가를 배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한국사람들도 일생의 중대사를 놓고 점쟁이에 의존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밝혔다. 특히 상당수 한국인들은 눈, 코, 이마의 모양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는 관상의 힘을 믿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의 얼굴 모양을 바꾸기 위한 성형수술이 성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영하씨는 끝으로 "김 전 고문이 자신이 구속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가 의문"이라면서 주술에 의존하는 한국 재벌들의 풍습을 비꼬았다.
◆ 게임중독 경험을 통해 게임중독법 반대 의견 표명
"나도 한때 게임중독… 만약 치료센터로 보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영하씨는 두 번째 칼럼 ‘플레이스테이션 속의 인생’(Life Inside a PlayStation)에서 자신의 게임중독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검은 꽃’ 출간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집에만 머물게 되면서 플레이스테이션용 전투 게임 ‘킬존’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게임에 열중하면서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 살이 빠지고 눈이 푹 파인 그를 플레이스테이션 세계 밖으로 끄집어 내 준 사람은 바로 아내였다. "어느 날 총을 쏘느라 기진맥진해 있던 내게 아내가 다가와 '여전히 재미있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아내는 그럼 밖으로 나가보자고 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센트럴 파크의 가을 하늘은 깨끗했다. 그때 갑자기 그 게임을 하면서 내가 우울했음을, 한 순간도 즐기지 못했음을 깨달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한편 그는 한국 사회의 중독에 대한 이중 잣대를 지적했다. 마약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하면서 술과 담배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의 알코올성 장애 비율은 미국의 두 배가 넘지만 술은 24시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고, 성인 남성 절반 가까이 매일 담배를 피우지만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예를 들면서 '중독'에 대한 접근방식에 질문을 던졌다.
끝으로 한국의 게임중독법 논란을 소개하면서 강제적 규제와 치료가 게임중독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하면서 게임중독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