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면서 계열분리 밑그림도 그린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장차 이뤄질 계열분리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효성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이뤄진 유상증가 과정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티앤씨에서,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은 효성첨단소재에서 각각 영향력이 높아졌다.
조 회장은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 지분을 각각 14.59%씩 들고 있었는데 이번 유상증자에서 효성첨단소재 지분 전량을 지주사 효성에 넘기며 효성 지분율을 기존 14.59%에서 21.94%로 높였다.
조 총괄사장은 두 회사의 지분을 12.21%씩 보유하고 있었는데 효성티앤씨 지분 전량을 효성에 넘겨 효성 지분율을 12.21%에서 21.42%로 키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은 지주사 지배력을 확대했고 각자 계열분리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 회사를 향한 영향력은 유지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가,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가 주력 사업으로 효성그룹의 외형을 키워온 쌍두마차나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이 회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이 효성그룹에서 거쳐온 이력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조 회장은 일본 미쓰비시의 에너지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효성의 스판덱스사업을 담당했던 섬유PG장을 9년 동안 지냈고 조 총괄사장은 효성의 타이어코드사업을 진행했던 산업자재PG장과 화학PG장을 거쳤다.
나머지 2개 계열사를 놓고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조 총괄사장이 화학PG장을 역임해 화학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효성화학을, 조 회장이 효성중공업을 맡아 경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은 아직 명확하게 지배권이 확립되지 않아 앞으로 정리가 필요하다.
효성중공업 지분은 조 회장이 5.84%, 조 총괄사장이 4.88%를 들고 있으며 효성화학 지분은 조 회장이 8.76%, 조 총괄사장이 7.32%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은 지주회사 지분을 비슷하게 맞췄다. 두 형제가 지주사 지분을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의 지분 스왑에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효성그룹은 계열분리를 본격화하기 앞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생산기지인 베트남 생산설비 소속의 정리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베트남 법인은 효성첨단소재 소속이며 베트남에 있는 또 다른 회사인 동나이 법인은 효성티앤씨 소속인데 각각의 법인은 타이어코드 생산설비와 합성섬유 생산설비를 함께 보유하고 있어 계열분리가 실시될 때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효성그룹은 생산설비를 맞교환해 두 법인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계획을 세웠다.
효성 관계자는 “구체적 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2019년 안에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가 베트남 법인의 합성섬유 생산설비와 동나이 법인의 타이어코드 생산설비 자산을 서로 주고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효성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석래 명예회장을 포함 두 형제의 지주회사 지분을 기존 36.98%에서 52.79%로 크게 높여 지배력을 강화하고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총괄사장의 지분율을 비슷하게 높여 '투 톱체계'를 갖췄다.
효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거쳐 효성은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의 공동경영 체제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