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연 롯데케미칼 새 대표이사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기대에 걸맞도록 롯데케미칼 성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과제를 무겁게 ?어지게 됐다.
20일 롯데 안팎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이 롯데지주에서 일한 임 대표를 롯데케미칼 대표로 보내면서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내정자.
롯데그룹은 19일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롯데그룹 화학BU장에 임명하고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 부사장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임 대표는 1989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2009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뒤 한 번도 신 회장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신 회장이 수감 중이던 지난 7월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도 닷새 동안 열린 회의에 모두 참석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임 대표는 롯데그룹의 인수합병 및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가치경영실에서 실장을 지내며 신 회장이 구상한 롯데케미칼의 성장전략 수립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임 대표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중심축을 유통에서 화학으로 확실하게 옮기려는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유통회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롯데쇼핑이 2013년 2015년까지 연 30조 원에 조금 못 미치는 매출을 내며 외형적 측면에서 그룹의 맏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롯데그룹이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해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으로 개편하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3조 원에 이르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대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산업을 롯데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외형이 롯데쇼핑에 밀리지만 내실은 2015년부터 롯데쇼핑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2018년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2조2391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전망치 6738억 원의 3배를 넘는다.
신 회장의 의지는 그가 석방된 뒤 밝힌 투자계획에서도 읽힌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20조 원을 화학 및 건설부문에 투자한다. 전체 투자 규모 50조의 40%에 이른다. 유통부문의 투자 예상액은 12조5천억 원이다.
임 대표는 대표이사 내정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11월 인도의 국영 화학회사 OPAL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OPAL의 기업가치는 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인도는 롯데케미칼의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보유해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의 핵심 지역이지만 석유화학 생산설비 규모는 작다”며 “거래가 성사된다면 롯데케미칼은 큰 성장의 축을 확보하게 된다”고 파악했다.
임 대표는 롯데케미칼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생산시설 구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7일 인도네시아에 반텐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2월 부지를 구매하고 4조 원가량을 들여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시설을 포함한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신 회장의 수감으로 계획이 진척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110만 톤 규모의 에탄 분해설비 및 70만 톤 규모의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ECC/EG)도 짓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미국 프로젝트는 연 매출 8천억~9천억 원, 영업이익률 15~20% 정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