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대한항공이 공급을 관리하며 수익성 개선에 힘써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항공업계는 올해 하반기 고유가와 고환율, 자연재해 등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유가와 환율 문제가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효율적 노선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단거리 노선 공급 확대를 자제하고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단거리 노선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진에어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들은 대형항공기가 없다는 한계로 중·장거리 노선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집중 전략은 3분기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항공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일본 노선이 자연재해 때문에 공항이 폐쇄되고 정기 노선이 결항되는 등 수요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일본 노선 여객 증가량은 최근 2년 동안 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6월에 오사카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 뒤 6%로 떨어졌다. 9월에는 태풍 ‘제비’로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28개월 만에 일본 여객 수요가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 여객 매출 비중은 10%로 국적항공사 가운데 가장 낮다. 일본 여객량 감소에 따른 타격이 다른 항공사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의 공급 확대 속도를 늦추면서 중·장거리 노선의 공급은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일본 여객 수요 증가가 주춤하면서 여객 수요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과 동남아 등 중거리 노선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9월 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향하는 비행기를 새로 띄웠다. 겨울철에는 터키 이스탄불 노선 등 장거리 노선, 베트남 나트랑 등 중거리 노선을 증편할 계획을 세웠다.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맺고 있는 조인트벤처(JV) 역시 효율적 노선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항공사 사이 일반적 협력 형태인 얼라이언스나 코드공유 등 방법으로는 반독점법에 걸려 시행하기 어려운 중복 스케줄 조정이 조인트벤처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복 스케줄 조정에 따라 조인트벤처를 진행한 5월부터 9월까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모두 취항하고 있는 인천~시애틀, 인천~애틀란타 노선의 합산 여객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했다”고 파악했다.
노선 효율화에 따른 여객량 증가는 자연스럽게 항공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된다.
항공사의 운임은 항공사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허가를 받아 정해진다. 이렇게 정해진 공시운임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같은 노선이라도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저렴한 운임의 항공권이 먼저 팔려나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항공사가 마음대로 운임을 올려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다만 여객 수요가 늘어나 저렴한 항공권이 모두 팔려나가면 비싸고 좋은 조건의 항공권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항공권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