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NCC 구조조정 한고비는 넘어, 김동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첩첩산중
-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재편 흐름 속에서 한동안 험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LG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 사업재편안을 산업통상부에 제출했으나 최종안 마련을 비롯해 스페셜티로 포트폴리오 전환, 고용 문제 등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산적해서다.23일 산업통상부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출범식과 함께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을 발표했다.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출범과 기술혁신 로드맵은 NCC 사업재편 요구와 함께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산업부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올해 안으로 NCC 사업재편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해 왔다.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지난 11월에 가장 먼저 사업재편안을 제출했고 LG화학은 GS칼택스와 지난 19일에 사업재편안을 냈다. 이어 울산산업단지에서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이 사업재편안을 마련했다.LG화학을 비롯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로서는 정부가 제시한 기한 내에 NCC 사업재편안을 마련하면서 일단 한고비는 넘긴 셈이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를 열고 "제출된 사업재편안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업계의 자율 설비감축 목표인 270만∼370만 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사업재편안을 바탕으로 최종 사업재편계획서를 조속히 수립해 달라"고 말했다.LG화학은 사업재편안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여수산업단지에서 1공장을 폐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LG화학은 연간 에틸렌 생산량이 338만 톤으로 국내 1위 기업이며 여수산업단지에서는 1공장을 통해 120만 톤, 2공장을 통해 80만 톤 규모로 NCC를 가동하고 있다.여수 1공장 폐쇄는 여수에서의 생산 능력을 절반 이하로,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줄이려는 결정인 셈이다.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대부분 NCC 기반의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NCC 감축은 그대로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스페셜티 중심의 체질개선을 NCC 감축에 따른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LG화학도 이를 위해 지난 7년 동안 경영을 맡아 왔던 신학철 전 대표이사 부회장을 교체하면서 김 사장을 내세우기도 했다.김 사장은 LG화학에서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지내는 등 오랜 기간 LG화학의 스페셜티 관련 사업을 이끌어 왔다.다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LG화학의 키를 잡을 김 사장에게는 스페셜티 사업을 궤도에 올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실적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재편 최종안 마련 등 이후 절차를 고려하면 실질적 생산량 감축은 내년 하반기부터로 예상된다"며 "다만 그때까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NCC 감축에 따른 영향을 상쇄할 정도로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김 사장으로서는 GS칼텍스와 NCC 감축을 위한 험난한 협상뿐 아니라 사업재편에 수반될 고용 문제 해결 역시 녹록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LG화학, GS칼텍스,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이 여수산업단지에서 대규모 생산 감축을 진행하면서 고용 불안 발생으로 지역 경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제5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출석해 "석유화학, 철강산업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고 근로자 보호와 지역경제 충격 완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