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KAI 인수 추진 둘러싼 갑론을박, '규모의 경제' vs '경쟁 훼손'
한화그룹의 KAI 인수 추진 둘러싼 갑론을박, '규모의 경제' vs '경쟁 훼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화그룹 계열사 3곳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5.98% 보유를 승인하면서, 향후 KAI의 지배구조 변화에 방산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한화그룹 측은 당분간 추가로 KAI 지분 취득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 측의 매각 의사가 공식화될 때를 기다리며 KAI와 합병 필요성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방산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KAI 인수합병 가능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일각에서는 K-방산의 글로벌 수출 확대를 위해 수직계열화와 대형화로 KAI의 전투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정부가 최대주주인 현재 KAI 지배구조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보다 중장기 투자 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한화그룹의 KAI 경영권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반면 일각에선 분업과 경쟁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K-방산의 기존 생태계가 흔들리고, 특정 기업에 대한 국가 안보 의존도가 심해짐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2일 한화그룹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당분간 KAI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서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한화시스템 등 계열사 3곳이 보유한 KAI 지분은 15.98%로, 한국수출입은행(지분율 26.41%)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라와 있다.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인 삼성테크윈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10%를 보유한 대주주였으나, 2015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2016년에 지분 4%를 2796억 원에, 2018년에는 지분 6%를 2364억 원에 매각하면서 양사 간 지분 관계를 청산했다.이후 한화그룹 계열사 3곳은 2025년 11월부터 장내 매수를 통해 KAI 주식을 매입했는데, 2026년 5월에는 지분 보유 현황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를 넘겼으며 올해 8월10일에는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법정 기준인 15%를 넘겼다.KAI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공식적으로는 KAI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8월 초 입찰을 공고한 '국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연구' 용역 결과가 향후 KAI 민영화에 나설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방산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특수를 누렸던 K방산은 유럽의 역내 조달 지침, 육·해·공·우주로 확장된 전장 환경, 무인·인공지능 기술 도입이라는 추세 속에서 변곡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에 따라 일각에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 방산 기업의 등장이 필요하며,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한국 방산 업계가 현재 세계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모두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화그룹이 아닌 다른 방산 기업이 KAI 경영권 인수의 주체가 되더라도 긍정적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에 '대형화'와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일각에서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 노스롭그루먼, BAE시스템스, 보잉 등 세계 유수의 방산 기업이 모든 가치사슬을 수직 계열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반박했다.그는 "그들과 후발 주자인 한국 방산 기업은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K방산의 생태계나 산업 수준을 고려한다면 수직계열화,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송방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KAI가 현재 정부가 대주주인 '주인 없는 회사'이다 보니 중장기 투자에 자금 동원 여력이 부족하다"며 "2032년에 국산 전투기 KF-21 블록Ⅱ 양산이 끝나면 새 무기체계에 투입할 현금 유입이 감소하는데, 현재 지배구조에서는 최대주주에 의한 자금 수혈을 기대하기 어려워 성장 동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그는 민간 기업의 소유 형태가 중장기 투자 지속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의 기술 투자 현황을 예로 들며, 오히려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것은 정권 변화에 따라 약 3~4년을 주기로 대표이사가 바뀌는 현재의 경영 체제라고 주장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투자와 경영참여를 놓고 KAI 노동조합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승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이에 비해 한화와 KAI 합병이 '분업과 경쟁'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방산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KAI가 민영화 과정에서 특정 대기업으로 편입될 경우 항공엔진, 레이더, 무장, 위성에서 항공 완제기까지 수직계열화가 심화되면서 국내 방산 시장의 경쟁 구조가 약화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특히 정부의 구매 협상력, 협력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 다른 방산 기업과 KAI 간 협력의 중립성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장 교수는 'KAI의 민영화 논의를 민간이냐 공공이냐라는 소유의 문제로 단순히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전략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KAI 내부에서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화그룹의 경영참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난 8월31일 공정위가 내린 한화그룹의 KAI 지분인수의승인 결정을 재검토하고, 경쟁제한성에 대한 일반심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KAI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한화그룹에 KAI의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표면적 목적인 수직계열화는 달성하겠지만, 한화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부품과 장비의 채택을 늘리려 할 것"이라며 "항공전자 장비 분야만 해도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경쟁하는데, 합병 후 어느 기업 것을 쓰겠나"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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