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 계열사 SK지오센트릭 사장 1년 만에 교체, 김종화 울산 석유화학 구조조정 총대
- SK이노베이션이 위기에 빠진 SK지오센트릭의 사장을 선임한 지 단 1년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신규 선임 대신 김종화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SK지오센트릭 대표를 겸직한다. SK에너지가 SK지오센트릭과 가치사슬로 밀접히 묶여 있어 고강도 사업 재편을 예고한 것으로도 분석된다.5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전날 김종화 사장의 SK지오센트릭 겸임 결정으로 구조조정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SK지오센트릭 수장 교체는 최안섭 사장이 지난해 10월 사장단 인사에서 자리에 오른지 1년만이다. SK이노베이션 임원 규모는 같은 날 인사로 축소됐고 겸직 결정으로 사장단도 줄었다.SK이노베이션 안에서 무게감 있는 인사가 SK지오센트릭도 맡게 돼 변화도 예상된다.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뿌리인 정유사업을 맡는 곳으로 실적 기여비중도 가장 크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매출은 올해 3분기 기준 12조4421억 원으로 전체의 60.5%를 차지한다.SK지오센트릭과 SK에너지가 석유화학 가치사슬 연관도가 깊어 SK그룹의 핵심 화두 리밸런싱(사업 재편)과도 이어지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은 과거 유공의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각각 떼어낸 곳으로 뿌리가 같다.SK지오센트릭은 정유과정에서 나오는 납사 등을 원료로 에틸렌 등을 제조하는 기초유화 사업을 펼치는 곳으로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SK에너지에서 사들이고 있다. SK지오센트릭과 SK에너지 모두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생산 기지 울산 콤플렉스(CLX)에 설비를 두고 있기도 하다.SK이노베이션은 전날 김 사장의 겸직 결정을 두고 "김종화 사장의 엔지니어링과 생산, 안전·보건·환경(SHE) 및 울산CLX 총괄 등 정유와 화학 사업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두 기업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다"고 기대했다.김종화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유공으로 입사해 SK에너지 엔지니어링 본부장과 SK이노베이션 SHE부문장, SK지오센트릭 CSO 겸 생산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SK이노베이션은 현재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와 관련해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정부는 글로벌 공급과잉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구조조정 안을 올해말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방안 제출은 자율이라고 설명했지만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필두로 구조조정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SK이노베이션의 울산 CLX.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등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생산기지가 모여 있다. < SK이노베이션 >현재 SK지오센트릭의 주요 생산시설이 있는 울산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1호 구조조정 사례로 충남 대산 산업단지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납사분해시설(NCC) 통합이 결정됐고 여수에서는 여천NCC가 '2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김종화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모두를 거치며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만큼 이를 이끌 적임자로 발탁된 셈이다.석유화학단지 구조조정에서 지역사회의 반발도 주요 변수로 여겨지는 만큼 김 사장의 울산 관련 이력도 빛을 볼 가능성이 있다. 김 사장은 2023년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총괄에 선임됐는데 당시 같은해 12월부터 2024년까지 울산항발전협의회장을 지냈다.SK지오센트릭은 현재 재무적으로 부담을 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6월 SK지오센트릭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한국기업평가는 "수익성 저하에 따라 영업현금창출력 부진이 잉여현금 창출을 제약하면서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단기 실적 및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앞으로 인력 재배치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을 통한 운영효율화 효과를 모니터링할 것이다"고 말했다.김 사장이 정유와 화학 두 부문을 모두 손에 쥐고 계열사 안정은 물론 구조조정 안착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SK그룹의 리밸런싱에 맞춰 발전자회사 유동화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등의 작업을 이어온 만큼 SK지오센트릭의 향후 선택에도 이목이 쏠린다.김 사장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구조적 변화란 큰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 새 운영개선(New O/I) 추진으로 실행력을 키울 것"이라며 "정유와 화학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