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3달 대응' 용두사미 모드, 미국 압박·규제근거 부실 부담에 백기?
쿠팡 사태 '3달 대응' 용두사미 모드, 미국 압박·규제근거 부실 부담에 백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3달 가까이 이어온 '영업정지' 압박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상 요건인 '정보 도용에 따른 재산상 피해 우려'가 뚜렷하지 않다며 영업정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자 당정의 강경 기조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드는 분위기다.여기에 미국 정치권과 투자사들의 통상·국가 간 분쟁해결(ISDS) 압박과 함께 규제 근거의 빈틈 앞에서 용두사미로 흐른다는 평가가 나온다.23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 영업정지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는 여전히 뜨겁다.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비금융분야 업무보고에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개인정보) 도용 증거가 불명확함에도 (신규 영업정지 50일 처분을 내렸던 것처럼) 쿠팡도 개인정보 도용 우려가 있다면 '일부 영업정지' 처분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기존보다 대폭 후퇴한 입장을 내놨다.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을지로위원회 쿠팡 개인정보유출 대책 간담회'를 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현재로서는 쿠팡에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는 (쿠팡) 영업정지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이 확인되지 않아 영업정지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쿠팡의 '영업정지'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국회는 애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초기만 해도 쿠팡을 향한 영업정지 검토를 강하게 주장했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회 청문회와 라디오 뉴스에 나와 두 차례나 나와 영업정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의 기조에 정부가 발을 맞추는 행보를 보였다.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던 당정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이 가운데 정부·여당이 미국과 통상 마찰 가능성에 전략적 후퇴를 선택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정부와 국회가 잇따라 쿠팡을 향한 당정의 대응을 놓고 미국 기업을 향한 '차별적 대우'라는 입장을 내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압박 기조를 낮췄다는 것이다.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23일(현지시각) 비공개 진술 청취를 요구했다.최근에는 에이브럼스캐피털을 비롯해 듀러블 캐피털파트너스, 폭스헤이븐 등 미국계 투자사 3곳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그린옥스캐피널과 알티미터캐피털이 지난달 같은 취지의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가능성을 공식화한 미국 투자사는 모두 5곳으로 늘어난 상태다.실제 최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회의에서도 미국 정부와 국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한 반응이 이어졌다.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미국 정치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된 내용만 보고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당국에서 가혹하게 한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며 '우리가 조사한 것을 정확히 전달해 반영되도록 정부에서도 다방면으로 정리하는 게 중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11일 서울 시내 한쿠팡센터의 모습. <연합뉴스>당정이 쿠팡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를 의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시장지배력이 높은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영업정지는 선례가 없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자칫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소비자가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나아가 쿠팡 입점 업체, 배송 기사들의 경제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파장이 확산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영업정지에 대한 규제 근거도 부실하다.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 정보가 도용돼 그 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사업자가 피해 회복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하지만 쿠팡에서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에서 이용되거나 제3자 등에게 유출된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출된 정보에 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결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재산상 피해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피해 정도를 가늠하는 데 중요하게 파악되는 이른바 '2차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10일 민관합동조사 발표에서 '2차 피해에 대한 부분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쿠팡이 영업정지 위기는 넘겼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국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법안이 연달아 발의되고 있다. 2월 초 당정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이 밖에도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에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다.쿠팡은 현재 예외 조건이 인정돼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사익편취 금지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각종 법적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을지로위원회 간담회에서도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김남근 의원은 '쿠팡 독과점 문제나 쿠팡 김범석 재벌 총수 동일인 지정, 불공정, 배달앱, 택배 과로사, 산재 소상공인 피해 별도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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