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메이저 이란전쟁에 천문학적 이익, 화석연료 횡재세 도입 힘실린다
글로벌 석유메이저 이란전쟁에 천문학적 이익, 화석연료 횡재세 도입 힘실린다
글로벌 석유 대기업들이 이란 전쟁 영향에 치솟은 국제유가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 있는 이들 기업들에 추가세,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를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1일 주요 외신 보도와 환경단체 발표 등을 종합하면 지난 한 달 동안 주요 석유 기업들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가디언은 정보제공업체 '리스타드에너지'와 시민단체 글로벌 위트니스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 아람코, 러시아 가스프롬, 미국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 기업들이 3월 동안에만 약 23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국제유가는 20일(현지시각) 두바이유 기준으로 1배럴당 101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같은 고유가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석유업계는 약 2340억 달러(약 344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유럽에서는 세계자연기금(WWF), 옥스팜, T&E 등 시민단체 2천여 곳이 석유 기업들에 과잉 이익에 대한 '횡재세'를 물릴 것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의 회원들만 합쳐도 약 4천만 명에 달한다.안토니 프로가트 T&E 선임 디렉터는 '운전자들의 고통이 거대 석유 기업들의 이득으로 치환되고 있다'며 '정부는 납세자들에 부담을 지우는 대신 이제 석유 회사들이 피해를 보상하게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석유 기업들이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팔아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을 고려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단인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용을 이들에 전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이에 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 회원국 5개국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화석연료 횡재세 도입 검토를 요청했다.5개국 재무장관들은 공동서한을 통해 '횡재세 도입은 소비자들을 위한 일시적 구제책을 마련하고 공공 예산에 추가적 부담을 주지 않은 채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해다.유럽연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화석연료 기업들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한 바 있다.17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에서 휘발유 가격을 올린 화석연료 기업들을 규탄하고 추가세를 물릴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미국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화석연료 기업들에 횡재세를 매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민주당 소속 쉘던 화이트하우스 로드아일랜드주 상원의원과 로 칸나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의회에 화석연료 횡재세 법안을 제출했다.칸나 의원은 공식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이란전쟁은 도덕적 실수일 뿐만 아니라 미국 노동자들의 휘발유 가격을 폭등시킨 경제적 실책'이라고 비판했다.이들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 확정된다면 미국 석유 기업들은 올해에만 약 600억 달러(약 88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물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이사벨라 웨버 미국 메사추세츠 애머스트대 경제학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에너지 생산 업체와 거래 회사는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며 '이번 횡재세 도입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학계에서도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가 이끄는 경제학자단체 ICRICT는 AFP에 최근 성명을 보내 '각국 정부가 석유, 가스, 비료 부문에 대해 즉시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타당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필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이들은 횡재세를 놓고 '혁신이나 기업가 정신으로 인한 이익이 아니라 분쟁의 영향으로 발생한 이익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횡재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기업과 자원 소유자로부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미국과 유럽 석유업계에서는 아직 횡재세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치솟은 유가로 시민들의 여론이 기업들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횡재세가 도입됐을 때 석유 기업들이 크게 반발했던 전력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여론이 진정된 뒤에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당시 엑손모빌은 횡재세를 도입한 네덜란드, 독일 등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섰고 미국석유협회(API)는 횡재세 법안을 제출한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17일(현지시각) 미국 친기업 성향의 우익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은 자체 논평을 통해 '화석연료 횡재세는 이제 과거의 유물로 남겨둬야 한다'고 지적했다.횡재세를 매겨야 할 대상 금액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이 어렵고 추가세를 물리는 것 자체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에너지 전환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크리스티나 에나체 택스 파운데이션 연구원은 '과거에 도입됐던 일시적 초과이익세는 에너지 지원 조치의 총비용을 충당할 만큼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 시장을 더욱 왜곡시켰다'며 '이같은 세금은 국내 생산을 저해하고 녹색 에너지 투자를 감소시키며 탄탄한 수익 기반이 없는 특정 산업을 징벌적으로 겨냥한다'고 강조했다.에나체 연구원은 '공급 부족에 직면한 각국은 과거의 실수를 교훈삼아 석유와 가스 회사를 겨냥한 초과세 도입 제안을 포기하고 오히려 기존 세금을 폐지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위기 대책이 새로운 정상 행위로 자리잡아선 안되며 어떤 산업에서든 초과이익세는 원칙에 입각한 조세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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