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불은 나무만 태우지 않는다, 산불 연기가 '글로벌 보건 위기' 불러올 수도
- 산불로 발생하는 연기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기존 관측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최근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에서 산불 발생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산불 재난이 '글로벌 보건 위기'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19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등이 합작해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에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산불 연기가 입히는 건강 피해가 기존 학계 관측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해당 보고서를 보면 2004년부터 2022년까지 유럽에서 산불이 유발한 대기질오염지수(PM) 2.5 미세입자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매년 533명으로 집계됐다.이는 산불 연기의 악영향을 다른 PM 2.5 대기오염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던 기존 학설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이다.학계에서는 그동안 산불 연기가 자동차 매연과 비슷한 정도의 피해를 입힌다고 보고 있었다. PM 2.5 미세입자를 유발하는 자동차 매연으로 매년 유럽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38명에 불과하다.캐서린 톤네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이전에는 산불로 발생한 미세입자가 다른 미세입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우리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입자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구체적으로는 공기 1㎥당 PM 2.5 산불 미세입자 농도가 1µg 증가할 때마다 모든 종류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0.7%, 호흡기 질환 사망률이 1.0%,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0.9%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이번 연구를 접한 다른 학자들은 기후변화로 매년 산불 발생 빈도와 강도가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기로 인한 피해가 크게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안토니오 가스파리니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환경역학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산불과 기타 극한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11일(현지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언더우드 산에서 발생한 거대한 산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산불 연기는 기존의 관측보더 훨씬 더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실제 같은 날 발표된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유럽은 역대 최악의 산불 재난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블룸버그는 올해 유럽 산불 피해 면적이 약 8948㎢에 달해 2006년 이후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이 불탔다고 전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날 현재까지 산불이 진화되고 있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피해 면적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여기에 올해 캐나다 산불 소실 면적은 7만 4867㎢에 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는 캐나다 역사상 두 번째로 심각한 피해 규모로,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AP통신은 캐나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미국 전역에 유입되면서 건강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집중적으로 겪고 있는 공화당 주 의원들은 15일 캐나다 정부에 합동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이에 대해 코리 호건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차관은 AP통신을 통해 '캐나다 국민들보다 산불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 문제를 향한 국제사회의 공조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이기에 우리는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도 올해 3월 경상북도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에 맞춰 보건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산불 발생 이전이었던 3월21일 기준 안동시 일평균 PM 2.5 수치는 1㎥당 38㎍에 불과했으나 산불이 발생한 3월26일 320㎍까지 급격히 치솟았다.당시 대구광역시, 안동시, 의성군 등 화재 인접 지역 주민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정상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을 겪었다.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산불은 더 이상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의 기후재난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지난 3월 사례만 봐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며 피해가 장기화되고 있으나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사후, 단기 복구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기후변화로 산불 대형화가 예측되기에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는 통합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