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력기기 3사 AI붐에 1분기 수주잔고 32조 역대 최대, 유럽 친환경과 중동 재건 수요로 더 늘린다
K전력기기 3사 AI붐에 1분기 수주잔고 32조 역대 최대, 유럽 친환경과 중동 재건 수요로 더 늘린다
북미 지역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망을 구성하는 변압기·배전기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힘입어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올해 1분기 말 수주잔고는 32조18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4~5년 치 일감이다.K전력기기 3사는 북미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더해유럽의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 증가, 중동의 전쟁 후 전력망 재건 수요 등에 대비해 해당 지역 사업 확장도 서두르고 있다. 10일 전력기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3사는 유럽·중동 지역의 전력기기 시장 확대에 대응해 최근 친환경 제품 개발과 함께 현지 영업 네트워크 확보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온실효과를 강하게 유발하는 '불화온실가스(불소를 포함한 합성물질)'의 사용을 순차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EU 지역에선 과도한 전류가 흐를 시 전류를 차단하는 가스절연차단기(GIS)는 충전가스로 육불화황(SF6)을 사용해왔으나 규제로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온실효과가 적은 친환경 가스를 주입한 이른바 'SF6 프리 차단기' 발주가 늘어날 전망이다.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SF₆ 프리 차단기 시장은 2024년 약 54억 달러 규모에서 2033년 74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효성중공업은 지난 4월부터 질소·산소로 이뤄진 '드라이에어' 절연가스를 주입한 145kV 가스절연 차단기 양산을 시작했다. 이 제품에는 진공차단기 기술까지 더해져 절연성능과 전류 차단 성능이 향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앞서 효성중공업이 2025년 9월 공개한 SF₆ 프리 차단기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2026년에는 245kV·420kV, 2030년 550kV·800kV 등의 차단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회사가 2025년 설립한 네덜란드 연구개발(R&D)센터가 이 차단기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 145kV급 SF6 프리 초고압차단기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420kV급 SF₆ 프리 차단기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LS일렉트릭은 170kV급 친환경 가스절연차단기를 2020년 국내 최초 개발했다. 현재 사용 후 폐기되는 가스를 회수·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더해 SF₆ 프리 차단기 유럽 수출에 나선다.LS일렉트릭의 170kV급 친환경 가스절연차단기 제품. < LS일렉트릭 >한편 중동에서는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서 전력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각 사는 현지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전망이다.LS일렉트릭은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전력청에 자사 전력시험기술원(PT&T)을 '공인 시험소'로 등록했다.두바이 전력청은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전력 시장에서 사업 모델, 기술 규격, 시스템 기준 등의 표준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이번 등록으로 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LS일렉트릭은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각 국가별 영업망을 확대하고 현지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전사 매출의 15.6%(1분기 말 기준)를 중동 시장에서 내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사우디아라비아 법인을 거점으로 중동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다.회사 측은사우디가 2026년 말까지 변전소·송전선 등 전력망에 150억 달러(약 22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고압변압기·차단기 발주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K전력기기 기업들이 북미 AI 전력수요 급증과 함께 유럽·중동 신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이들의 수주량을 더 늘어날 전망이다.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의 증설이 마무리되는 2030년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북미에서는 고사양·고신뢰성 제품 수요, 노후 설비 교체 수요, 신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연계 수요 등이 동시에 집중되면서 공급 부족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북미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58억 달러(약 27조5000억 원)에서 2031년 234억 달러(약 35조7500억 원)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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