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질주에 또다시 가려진 '천스닥', 증권가
코스피 질주에 또다시 가려진 '천스닥', 증권가 "소부장·정책 본격화 하반기에 열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코스피가 8천 선을 넘겼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1천 선 안팎에 머물며 소외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다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투자 사이클 전환과 정부 정책이 맞물리며 하반기에는 코스닥 반등 조건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16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48%(15.35포인트) 내린 1018.68에 마감했다.코스닥지수는 1996년 7월 출범 당시 100포인트로 시작했으나, 2004년 1월26일부터 기준을 1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해 소급 적용했다. 사실상 30년째 제자리걸음인 셈이다.최근 1년으로 따져봐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승률 격차는 뚜렷하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6월16일부터 이날까지 196.15% 급등했으나, 같은 기간 코스닥은 31.06% 오르는 데 그쳤다.그럼에도 하반기 들어서는 코스닥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주에 반도체 가격(P) 상승 수혜가 집중됐으나, 하반기부터는 대형 메모리 상장사가 벌어들인 현금을 설비투자(CapEx)에 사용하면서 반도체 '물량(Q)' 수혜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코스닥 내 시가총액 1위 업종은 건강관리지만 2위인 반도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며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라는 산업 변화에 따라 코스닥 주도 업종이 반도체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의 초기 단계로 볼 수가 있다'고 바라봤다.최근 코스닥 장비주 강세도 이러한 흐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에서 '지난 주 코스닥 상승 속에 반도체 장비주 주가가 유독 양호했다'며 '메모리 및 파운드리업체의 설비투자 확대와 2027년 반도체 생산라인(fab) 신설 등 외형 성장 가시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당분간 반도체 장비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김 연구원은 '글로벌 장비주 주가도 최근 한 달 사이 30% 가까이 오르며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국내 업체에도 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메모리 상장사의 투자 기조가 계속 상향되고 있어 실적 상향 여력도 여전하다'고 말했다.7월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정부 당국의 코스닥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연합뉴스>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하반기 코스닥 성장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우선 국민성장펀드 출범으로 코스닥 주요 상장주에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2026 국민성장펀드 운용방안'에 따르면 내년 국민성장펀드는 모두 30조 원 이상 규모로 운용된다.세부적으로는 직접투자 3조 원(기금 1조5천억 원, 민간 1조5천억 원), 간접투자 7조 원(기금 1조5천억 원, 민간 5조5천억 원), 인프라투융자 10조 원(기금 2조 원, 민간 8조 원), 초저리대출 10조 원(기금 10조 원)으로 구성되며, 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에 투입된다.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1차 국민성장펀드(국민참여형)를 전량 판매했고, 9월 2차 판매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올해 2분기는 직접투자가 개시될 시점으로 보이고, 이는 곧 코스닥 투자심리 개선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7월부터 추진되는 정부의 코스닥 부양 정책도 기대감을 키운다.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서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이에 따라 7월1일부터 주가 1천 원 미만 동전주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부실기업을 솎아내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코스닥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그동안 동전주는 주가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낮아 주가 조작에 악용되기 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동전주 상장폐지와 함께 코스닥 구조 개편도 논의되고 있다. 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등 3개 세그먼트로 나누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7월1~3일 열릴 예정인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를 전후해 금융당국의 세부 추진방안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책 기대감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그는'반도체 소부장 내에서 단기적으로 과열된 종목에 투자주의 지정이 예정돼 있는 점은 단기 부담 요인이지만, 투자자 관점에서는 조정 국면이 오히려 소부장 업종 전반에 대한 비중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다만 벤처업계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어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점은 금융당국의 과제로 평가된다.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는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공동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유예 및 재검토'와 '상장폐지 요건 시행유예 및 기준 재고' 등을 촉구했다.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간담회에서 'AI, 바이오, 로봇, 반도체 등 미래산업 분야 벤처기업의 낮은 매출과 일시적 적자, 낮은 시가총액은 부실 징후가 아닌 고위험·고성장 과정의 특성'이라며 '자본시장을 지나치게 안정성만 기준으로 설계하면 혁신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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