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많은 사람에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2017년 8월, 박근혜 게이트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저는 재벌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세계적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지분을 얼마 가졌는지보다 제가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임직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2017년 12월, 박근혜 게이트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평양 다녀온 이재용, 실력으로 '새 삼성' 리더 인정받는 발걸음 재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2박3일 일정을 마친 뒤 경영행보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양 동행을 통해 이 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와 함께 움직이면서 삼성에도 오너경영체제가 다시 자리잡았다는 점을 확실히 알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관련한 재판을 받으면서 평소 구상하고 있던 경영계획과 철학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특히 삼성 오너일가로서 당연하게, 혹은 지분상속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받기보다 후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당당한 경영권 승계'를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삼성 경영권)을 다 넘길 생각이 있다"는 말도 한 적이 있다.

재벌기업에서 이례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총괄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이 부회장 본인이 가장 적임자로 인정받겠다는 자신을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7개월 동안 국내에서 눈에 띄는 경영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반면 외국의 경우 출장을 8월까지 다섯 차례나 떠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동안 삼성에서 오너일가의 경영공백으로 여러 해외 협력사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말들이 나온 만큼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 재건을 위해 직접 뛴 것이다.

이 부회장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고 세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춰 이전부터 삼성의 '외교관' 역할을 도맡아 왔다. 삼성의 글로벌 협력망을 다시 구축하는 일에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길에서 현지 기업 총수 등 경영진을 만나 삼성 계열사와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가 이 부회장의 가장 중요한 경영성과로 꼽힐 정도로 외부 기업과 협력추진을 통해 그의 장점과 경영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출장에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핵심 경영진과 동행하거나 반도체사업 경영진을 한 자리에 모아 전략회의를 여는 등 리더십을 보이기 위한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열린 반도체 전략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사업에서 '초격차' 유지를 위해 임직원에 기술역량 강화를 당부하는 등 중장기적 사업목표와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그룹이 최근 내놓은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도 이 부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재확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평양 다녀온 이재용, 실력으로 '새 삼성' 리더 인정받는 발걸음 재촉

▲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옥이 모인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경영실력을 증명하는 일은 개념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평가가 쉽지 않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이 부회장의 목표도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장기간의 경영수업과 활발한 경영참여를 통해 이전부터 삼성의 차세대 리더로 입지를 다져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중장기사업 전략을 세우는 데 확실한 능력을 증명해 왔다"며 "삼성전자를 진보적으로 바꿔내는 일에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에 남은 과제는 인공지능 관련한 사업과 자동차전장부품, 바이오 등 삼성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이재용 시대'의 핵심 신사업분야에서 실제 성과를 내는 것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며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