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P금융포럼 in 하노이 에필로그⑥] 베트남 캐피탈시장도 본격 성장 준비 중, 국내 여신사 무기는 '리스크관리'
- 11월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포럼에는 베트남 금융당국자는 물론아시아개발은행(ADB), 아세안+3거시경제조사기구(AMRO) 등 국제기구가 함께해 K-금융의 아세안 확장, 특히 베트남 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를 나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에필로그 기사를 통해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금융사들의 업권별 현황과 전략을 짚고, 포럼 현장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도 전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베트남은 여전히 국내 은행에 기회의 땅, 신한 '선전' 속 다른 은행들 속도전 ② [인터뷰] 베트남우리은행 김병진 "리테일 비중 60% 목표, 뉴원뱅킹으로 동력 키운다" ③ 한국 기업만 1만 곳, KB·하나·농협·IBK '전략시장' 베트남 다시 본다 ④ 보험침투율 낮은 베트남 시장, 속도는 더뎌도 성장 잠재력은 분명히 있다 ⑤ [인터뷰] 한국투자증권 신현재 "높은 증권시장 성장성, 리테일 경쟁력 높일 것" ⑥ 베트남 캐피탈시장도 본격 성장 준비 중, 국내 여신사 무기는'리스크관리' ⑦ [인터뷰] 한-아세안금융협력센터장 이영직, "아세안 르네상스 촉매제 되겠다" ⑧ [인터뷰] 주한베트남대사 부 호 "베트남은 문을 닫지 않는다, 균형과 개방이 성장의 비결" 베트남은 금융산업 전반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캐피탈산업도 예외가 아니다.특히 캐피탈시장 성장세에는 기대감이 한 겹 더해진다. 베트남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에 따르면 캐피탈시장 성장세가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선 단계이기 때문이다.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85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뒀다.베트남의 올해 1인당 GDP는 5천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금융산업은 1인당 GDP 수준에 따라 발전하는데 4천 달러 이하까지는 은행업을 중심으로, 6천 달러 이상이면 증권업과 캐피탈업을 중심으로 발전한다.1만 달러를 넘기면 소비가 확대되면서 본격적 신용인프라가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베트남에 진출한 여신금융회사 관계자들이 "베트남 여신 시장은 성장 가능성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런 배경을 두고 있다.2025년 기준 베트남 시장에서 파이낸스사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국내 여신금융회사는 롯데카드, 신한카드, 미래에셋캐피탈 등 3곳이다.파이낸스사는 한국의 여신금융회사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여신금융회사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구분되는 것과 달리 베트남의 파이낸스사는 카드업과 캐피탈업을 모두 영위할 수 있다.다만 파이낸스사들의 중심 사업은 대출, 할부 등 캐피탈업이다. 베트남 여신시장에서는 신용카드 이용률이 낮아서다.4일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김대홍 신한베트남은행 부행장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13~15%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까지 범위를 넓히면 베트남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베트남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신용결제를 이용하기보다 현금을 인출하는 현금카드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에서는 신용카드보다 전자지갑(E-wallet)을 이용한 QR결제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QR결제에 신용기능을 더하는 방법으로 BNPL(Buy Now Pay Later) 등이 있으나 이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으로는 크지 않다고 한다.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에 위치한 롯데파이낸스 사무실. <비즈니스포스트>결국 베트남 여신시장의 승부처는 캐피탈, 즉 '대출'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계 여신금융사들이 내세우는 강점은 정교한 리스크관리 역량이다.베트남 여신시장 구조는 은행권과 다소 다르다. 파이낸스사들은 오토바이·가전·휴대폰·자동차 등 담보 대출 품목별로 차별화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직접적인 가격 경쟁은 크지 않다.다만 시장 자체의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다.대출이자 상한이 20%로 제한된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상한선이 없다. 다만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베트남 중앙은행에서 상품 승인을 받기 어려워 실질적 상한은 60% 수준으로 여겨진다.겉보기에는 높은 이자율을 책정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보이지만 이곳 역시 일명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 적용된다. 높은 기대수익률이 있다는 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특히 베트남은 신용평가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된다.베트남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 산하 신용평가기관인 국가신용정보센터(CIC)와 사설 신용평가사인 신용정보공동주식회사(PCB)가 있으나 수집되는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며 "또한 경제활동의 상당수가 여전히 현금 기반으로 발생하고 있어 소득증빙이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결국 베트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사 고유의 내부 리스크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한국계 여신금융사들은 한국에서 축적한 신용평가 역량을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리스크관리 모델을 정교하게 고도화하고 있다.베트남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이력이 없는 고객(thin File, 씬파일러) 비율이 높고 이들에 대한 리스크 예측이 어려워 외부 정보보다 내부 모형에 더 의존해야 한다"며 "안정적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용평가 및 심사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베트남 여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진출 초기에는 내부 신용평가모델이 구축돼 있지 않아 대손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며 "이후 한국 본사에 요청해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우량 고객 위주 영업을 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량 고객 대출을 취급하면서 평균 대출 금리는 50%에서 35% 수준까지 낮아졌다"며 "수익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대손비용이 절감돼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신한파이낸스 사무실. <신한파이낸스 홈페이지 갈무리>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정책도 여신산업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 관계자는 "베트남은 모든 신분증을 '칩ID'로 전산화했다"며 "칩에 담긴 정보를 금융사가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구축돼 고객 정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리스크관리 고도화와 함께 국내 여신금융회사들은 성장을 위한 과제로 현지화와 디지털 전환을 꼽는다.은행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계 기업과 연결고리를 사업에 톡톡히 활용하는 반면 여신금융사는 개인대출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현지 고객 접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베트남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고객 대상으로 현지 파트너사와 현지인 영업직을 운영하고 있어 법인 전체의 상품, 프로세스, 인력의 수준 높은 현지화가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 핵심 포스트에 대한 현지인 임원 및 부서장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디지털 전환은 영업망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베트남 여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대출모집인들이 대출 영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며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을 큰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