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점찍은 오리온 '제2의 성장축' 순항, 2년 전 바이오 선택 '모범답안' 증명
허인철 점찍은 오리온 '제2의 성장축' 순항, 2년 전 바이오 선택 '모범답안' 증명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바이오사업을 오리온 제2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자회사 팬오리온을 통해 5500억 원을 들여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할 때만 해도 오리온과 결이 맞지 않는 회사에 지나치게 큰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불과 2년여 만에 세간의 평가를 바꾸고 있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리가켐바이오에 5천억 원 규모 직접투자를 결정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500억 원을 투자하고 리가켐바이오 대주주와 제3의 금융투자자가 나머지 2500억 원을 부담한다.리가켐바이오는 이날 전환사채 1700억 원 규모와 전환우선주 3300억 원 규모 발행도 공시했다. 발행 대상은 한국산업은행, 최대주주인 팬오리온, 제3의 금융투자자다.조달 자금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 등 신약 연구개발과 후기 임상,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 투입된다.이번 자금조달은 단순한 연구개발 자금 확보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가켐바이오가 기술이전 중심 바이오텍에서 자체 후기 임상 역량을 갖춘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리가켐바이오는 이날 공개한 투자자 대상 질의응답 자료에서 기존 기술이전 전략은 유지하면서도 핵심 파이프라인은 자체적으로 후기 임상까지 수행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기술이전을 통해 안정적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후보물질은 후기 임상과 글로벌 신약 출시까지 염두에 둔 개발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정부도 리가켐바이오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금융위는 리가켐바이오를 국내 대표 ADC 신약개발 기업으로 평가하며 대규모 장기 인내자본이 필요한 후기 임상과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금융위는 "글로벌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텍이 연구개발 성과를 상업화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바이오 연구개발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리가켐바이오는 이미 국내에서 ADC 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2015년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제약사에 모두 15건, 총 9조6천억 원 규모 기술이전을 성사했다. 자체 ADC 플랫폼 '콘쥬올'은 월드ADC어워즈에서 7년 연속 수상했으며 2025년에는 '최고의 ADC 플랫폼 기술'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현재 글로벌 임상시험 8건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방암 치료제는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다.리가켐바이오가 국가의 지원을 받아 향후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두둑한 실탄을 마련하게 된 것은 허인철 부회장에게도 뜻깊은 일일 것으로 여겨진다.허 부회장은 바이오를 오래전부터 오리온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준비해 왔다.그는 신세계그룹에서 나와 2014년 오리온에 합류한 뒤 건설 등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간편대용식과 음료, 바이오를 3대 신사업으로 육성했다. 식품과 바이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건강이 글로벌 소비시장의 핵심 가치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오리온 바이오사업은 2024년 리가켐바이오 지분을 인수하며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서울 도곡동 오리온그룹 신사옥. <오리온>2020년에는 중국 국영 제약사 산둥루캉의약과 합작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하며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중국에서 바이오 유통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 진단키트 공급을 추진했으며 산둥성 백신 생산시설 구축도 진행했다. 2022년에는 오리온홀딩스 산하에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바이오사업 기반을 확대했다.허 부회장의 바이오 전략은 2024년 리가켐바이오 지분 인수로 본격적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오리온은 당시 약 5500억 원을 투입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허 부회장은 이때 "중국 사업에서 번 돈을 한국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리가켐바이오가 세계적 신약 개발 회사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그는 연구개발 자율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리온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하겠다는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오리온이 2024년 리가켐바이오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 시장의 시선은 엇갈렸다.본업인 제과사업과 거리가 있는 바이오기업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만큼 성장성보다는 재무 부담과 사업 연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실제 인수 발표 직후 오리온 주가는 이틀 만에 11만7100원에서 8만9800원으로 23.3% 하락했다.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레고켐바이오(현재 리가켐바이오) 5500억 원 투자 발표 후 이틀 동안 오리온 시가총액 1조 원이 증발했다"며 "시장의 우려는 레고켐바이오를 향한 지속적 현금 유출 가능성과 단일 사업 구조의 훼손"이라고 진단했다.하지만 2년여가 지나 이루어진 이번 5천억 원 규모 투자로 허 부회장의 당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게 됐다.식품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허 부회장의 바이오 전략을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제과 중심 사업구조만으로는 장기 성장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허 부회장이 바이오를 제2의 성장축으로 키우는 데 성공한다면 안정적 식품사업 위에 고성장 바이오사업을 더한 두 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허 부회장은 오리온을 매출 10조 원 규모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식품기업 인수합병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적절한 매물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4월 서울 용산 오리온 본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주관 간담회'에 직접 나와 인수합병 대상으로 중국과 베트남 식품기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식품산업은 M&A가 활발하지 않다"며 어려움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 리가켐바이오가 정부와 민간의 대규모 장기 자금을 유치하며 오리온그룹내에서 바이오사업이 더욱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전망된다.허 부회장은 최고경영자 주관 간담회에서 "이미 확보한 바이오산업에 집중해 육성하겠다"고 말하며 추가 바이오기업 인수보다 리가켐바이오를 세계적 신약개발 기업으로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인 바 있다.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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