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SK 최종현 선대회장이 남긴 지식 브랜드 'Chey'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SK 최종현 선대회장이 남긴 지식 브랜드 'Chey'
"한 리더의 성과는 그가 떠난 뒤, 조직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안다."경영 구루 짐 콜린스의 말처럼, 리더십의 성적표는 재임 중이 아니라 퇴장 혹은 사후에 증명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SK가 그 사례다.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는 두 개의 축 위에서 성장해왔다. X축에는 SKMS, Y축에는 SUPEX(수펙스)가 자리 잡고 있다. 둘은 마치 '깎지 낀 손'처럼 맞물려, SK의 궤적을 우상향으로 밀어왔다.'SK의 헌법'으로도 불리는 SKMS는 SK의 경영관리시스템(SK Management System)을 말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 원리가 SUPEX 추구법이다. 조직원들이 최고, 최상의 수준까지 도달한다는 목표를 담은 SUPEX는 Super Excellent의 줄임말이다.SKMS가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라면, SUPEX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묻는 SK의 핵심 가치다. SKMS×SUPEX. 한마디로 SK를 요약하는 성장 함수다.이 좌표의 원점에는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선대회장(1929~1998)이 있다. 한국 기업사에서 최종현의 독특함은 사업을 넘어 시스템을 만든 경영자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을 묻는다면, SKMS와 SUPEX 추구법을 꼽을 것이다."SKMS와 SUPEX에 대한 최종현의 자부심과 애착은 재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주목할 점은 SKMS가 1979년에 구축됐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다.1970년대 말 한국 재벌 구조 속에서 오너의 직관과 경험이 곧 전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SKMS라는 경영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건 "오너인 나도 그 원칙에 따르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다시 말해 최종현은 오너의 갑옷을 벗어던졌다는 게 된다.최종현 선대회장 타계 20주기에 맞춰 2018년 설립된 최종현학술원. 영문 표기는 Chey 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11) 건물 7층에 있다. <이재우>◆ 최종현학술원과 'Chey'의 의미짐 콜린스의 기준으로 보면, 최종현은 떠난 뒤에도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였다. 최근 방문한 최종현학술원(최태원 이사장)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나 덧붙이자면, 필자는 평소 학술원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최종현의 사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느껴왔다.직물 사업으로 출발한 SK는 최종건 창업회장과 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쌍두마차 경영을 했다. 그러다 창업회장의 이른 별세로 최종현이 그룹을 이끌었고, 한국경제가 IMF 외환위기 한가운데 있던 1998년 향년 69세로 타계하면서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기업을 승계했다.최종현 타계 20주기에 맞춰 2018년 설립된 것이 최종현학술원이다. 글로벌 정책, 전략 리더십을 다루는 지식 플랫폼이자 SK의 싱크탱크다.최종현학술원의 영문 표기는 Chey 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다. 최종현을 내세웠지만 이름 대신 성 'Chey'만 넣었다. 최종현은 일반적인 최씨 성 표기인 'Choi' 대신, 'Chey'로 썼다.여기엔 사연이 있다. 젊은 시절 미국 유학에 앞서 수원 미군부대에서 영어를 익힐 겸 통역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당시 한 미군 대위에게 "어떤 철자를 써야 '최'에 가장 가까운 발음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때 얻은 결론이 'Chey'였다고 한다. (최종건·최종현 어록집 '지성으로 묻고 패기로 답하다' 인용)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던 최종현이었다. 그렇게 최종현은 이름 표기 하나에도 작동 원리를 찾는 사람이었다.최종현학술원의 로고는 C-h-e-y를 연결해 만들었다. 단순한 알파벳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지적 유기체처럼 보였다. 학문 간 경계의 연결, 인문·사회·과학의 통합을 말하는 듯했다.살짝 틀면, C-h-e-y는 최종현의 사고방식과 사상을 압축한 지식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최종현학술원은 그 브랜드가 작동하는 무대인 셈이다.최종현 선대회장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세계적인 학자들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 최종현은 유학을 떠나는 인재들에게 "마음에 씨앗을 심어라"고 조언했다. <이재우>◆ SKMS와 SUPEX의 진정한 힘다시 SKMS와 SUPEX 이야기. 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이 둘은 좌표를 재설정하면서 성장하는 SK를 재정의했다. 그럼 최종현 사상의 본류인 SKMS는 조직을 어떻게 이끌었을까?SKMS의 가장 큰 특징은 인사, 재무, 기획 등 일상적인 관리 요소를 '정적 요소'로, 조직원들의 의욕, 역량, 의사소통, 패기 등을 '동적 요소'로 구분했다는 데 있다.최종현이 중점을 둔 것은 당연히 후자였다. "경영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가에 달려 있다"라는 철학으로 동적 요소를 특히 강조했다. 그랬다. 최종현에게 경영의 본질은 관리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였다.SKMS와 SUPEX는 '회장님의 서랍 속에' 머물지 않았다. 전 직원 대상으로 확산됐다. 허심탄회한 토론 자리에선 직급도, 체면도 없었다."살벌할 정도의 난타전이 벌어졌다"는 전직 임원(손관호 전 SK건설 부회장)의 회고는 이 체계가 얼마나 살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방향을 잃었던 한 직원을 다시 조직 안으로 끌어당긴 힘도 SKMS였다. 최상훈 전 SK가스 사장의 사례다. 1980년 SK(당시 선경)가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을 때다. 유공에 몸담았던 최상훈은 직장 생활의 실의에 빠져있었고 유학을 고민했다고 한다."선경의 유공 인수가 이루어졌는데, SKMS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마디로 뒤통수를 딱 때리는 지적 충격이었다. 유학 가려던 마음이 스르르 없어졌고, 나는 솜이 물을 먹듯 SKMS를 흡수하기 시작했다."(최종건·최종현 어록집 '지성으로 묻고 패기로 답하다' 인용)더 나아가 최종현은 SUPEX를 통해 노사 문제의 해결, 부서 이기주의 해소, 집권화와 분권화의 균형이라는 조직적 성숙을 이뤄냈다. 다른 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마법과도 같은 결과였다. (SK는 그룹 내 가장 권위 있는 상인 'SUPEX 추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정리하면 이렇다. SKMS는 경영을 체계(시스템)로 만들고자 했던 최종현의 사상이었으며, SUPEX는 그 체계 위에서 최고 수준으로 도달해야 한다는 최종현의 의지였다. SKMS로 '오늘'을 관리하고, SUPEX로 '내일'을 설계하는 미래지향적 경영좌표였던 것이다.한국고등교육재단 건물 지하 3층에 있는 최종현 선대회장 얼굴상. 최종현은 1970년대 충주 인등산에 나무를 심으면서 그 유명한 '나무를 기르듯 인재를 키운다'는 어록을 남겼다. <이재우>◆ 재계 라이벌 이건희의 평가"최종현 회장님은 10년을 소리 없이 준비하는 미래 설계자였습니다."1998년 최종현이 타계했을 때,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랬다. 최종현의 시계는 언제나 10년이 빨랐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다음 분기'를 관리할 때, 그는 '다음 산업'을 설계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했을 땐 이런 말을 했다."일등이 되려면 우선 남보다 먼저 뛰어야 한다. 그러자면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있어야 한다."유공 인수 직후 한 직원이 다음 신규 사업이 뭐냐고 물었는데, 최종현은 "반도체와 이동통신"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생소하기 이를 때 없는 반도체가 아니었던가. 그의 반도체 꿈은 사후에 이뤄졌다. 대개 10년 전망은 시장 예측, 기술 로드맵, 숫자 기반 시나리오에 집중하지만 최종현의 10년은 달랐다. 최종현은 언젠가 반드시 필요해질 산업을 조직이 거부하지 않도록, 미리 사고 체계를 바꿔두었다. 그래서 사후 14년 뒤인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가능했다.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의 결단이면서, 동시에 최종현의 사후 경영이었다. 물론 정부 주도의 빅딜에 인수 가격이 비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막상 인수는 했지만 '미래'는 보류된 상태였다.하지만 조타수 최태원 회장은 아버지의 반도체 숙원을 잊지 않았다. 이후 SK하이닉스는 10년 넘는 반도체 사이클의 고저를 버터냈다.그런 인내와 혁신은 마침내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열 배의 복음'과도 같은 성과로 돌아왔다. 최태원 회장은 그런 인내를 "AI 산업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는 말로 대신했다."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최종현 1992년 그룹 신년사에서)최종현의 주요 어록이다. 이 말은 SK를 30년간 움직인 설계도였다. 그랬다. 최종현은 시간을 설계한 사람이었다. 이재우 경영어록서 '일언천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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