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포털·검색' 추락에 '커머스' 기업 전락하나, 이해진 빅테크에 밀려 '토종 플랫폼 위기' 직면
- 국내 최대 IT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토종 포털·검색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사실상 온라인 커머스라는 유통 중심 기업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검색서비스 시장 주도권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와 AI 경쟁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의장이 공언해온 '소버린 AI' 비전마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2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던 네이버는 구글 등 해외 플랫폼 공세와 검색 방식 변화 속에서 검색 서비스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네이버 모바일 앱의 월평균 사용 시간은 191억 분으로, 전년 월평균 사용 시간 대비 6.8% 감소했다. 네이버의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2년 234억 분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반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은 국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모바일 앱 사용 시간 순위는 유튜브(1140억 분), 카카오톡(324억 분), 인스타그램(279억 분)에 이어 네이버가 4위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2024년 인스타그램에 3위 자리를 내준 뒤 유튜브와 격차도 더 벌어졌다.검색 시장 점유율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PC 검색 시장에서 2017년 8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네이버는 지난해 62.86%로 떨어졌다.3년 만에 60%대를 회복하긴 했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의 등장은 키워드 중심의 토종 포털 검색서비스 사업 모델 자체를 흔들고 있다. 대화형 AI 확산으로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 이용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생성형 AI 서비스 트래픽은 전년 대비 165배 증가했다.이 같은 기술 환경 변화 속에서 네이버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는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서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2025년 하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률은 챗GPT가 54%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네이버 서비스 가운데서는 클로바노트가 10%로 5위, 하이퍼클로바X는 6%로 8위에 그쳤다.네이버가 돌파구로 내세운 '소버린 AI' 전략 역시 기대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해진 의장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독자 소버린 AI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4년간 1조 원 이상을 AI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1차 평가에서 '독자성 미흡'을 이유로 전격 탈락했다.국가대표 AI 사업자 후보 숏 리스트를 발표하며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미 학습된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한 것은 무임승차에 해당한다"며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AI 모델은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만으로 네이버의 AI 경쟁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공인 AI 사업자라는 타이틀은 향후 소버린 AI 영업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민간 기업으로서 자체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 사업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포털 검색 서비스 경쟁력이 흔들리는 사이 네이버의 사업 무게 중심은 빠르게 커머스로 이동하고 있다.증권가는 올해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이 역대 처음으로 4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며, 본업인 포털검색 매출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회사 설립 27년 만에 포털 사업 매출이 커머스 매출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은 3년 전인 2022년 1조8011억 원으로 서치플랫폼(포털검색) 매출(3조5680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역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분야로 커머스를 꼽으며, 커머스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AI 에이전트 도입도 커머스를 시작으로 순차 확대되는 구조다. 검색 결과 화면에서 네이버 쇼핑 상품 노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검색과 커머스의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여전히 국내 최대 검색 플랫폼이지만, 이제는 사실상 '커머스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독자(소버린) AI'를 전면에 내세워왔지만, 글로벌 AI 경쟁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주가 흐름 역시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최근 1년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도입에 따른 높은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것과 달리 네이버 주가는 같은 기간 16.7% 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지수가 95.0%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네이버의 시가총액 순위는 지난해 6월 5위에서 최근 18위로 밀려났다.실적만 보면 여전히 탄탄함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도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당장 위기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검색과 AI 서비스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네이버의 IT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빠르게 희석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이해진 창업자는 앞서 지난해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며 'AI 시대를 맞이한 네이버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며 '네이버만의 새로운 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네이버의 커머스 비중 확대는 검색 유입 구조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사업 흐름일 수 있다'면서 '다만 이 같은 성장도 본연의 검색과 포털 경쟁력이 강화돼야 지속 가능한 만큼. 검색과 AI 전환이 함께 진전되지 않으면 커머스 중심 사업 확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