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요금 인하에도 기업고객 이탈 막기 쉽지 않아, 김동철 중동 전쟁까지 부채 축소에 애로
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6-03-16 16: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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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주요 경영 과제인 부채 축소에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전력이 요금체계 개편을 통한 산업용 요금 인하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처지에 놓였지만 '전력 직접구매'와 관련한 기업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낮추기는 힘든 것으로 분석돼서다. 더구나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날 여지도 커지고 있다.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부채 축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6일 한전에 따르면 요금체계 개편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체적으로 1kWh(킬로와트시)당 1.7원 인하되면서 당분간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산업계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줄 목적에서 시간대별 요금체계를 개편했다. 구체적으로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은 여름·겨울철에 1kWh당 16.9원, 봄·가을철에 13.2원을 각각 내려 평균 15.4원 인하된다.
반면 수요가 적어 최저기준이 적용되는 야간 시간대 요금은 1kWh당 5.1원 오른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따라 산업용 요금을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년 전체 전력판매량 549TWh(테라와트시) 가운데 산업용이 51%인 280TWh를 차지했기 때문에 인하에 따른 판매수익 감소 효과는 연간 43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요금 인하가 비용 부담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영업이익이 4천억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철 사장으로서는 핵심 과제인 부채 축소와 관련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산업용 요금 개편만으로 지난해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기업들의 민간발전소 ‘전력 직접구매’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LG화학을 비롯해 대규모 수요처인 주요 기업들의 전력 직접구매 움직임에 부담이 커진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앞서 2024년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주택용이나 일반용과 비교해 산업용이 비싸지는 이른바 역전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에 따라 요금이 인하되더라도 산업용 평균 전기 판매단가는 180원 대에 머물러 3월을 기준으로 120원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직접구매 단가와 비교하면 50.2%나 높은 수치다.
특히 전력 소비가 많은 철강·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전기요금 인하에도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심야 전력을 활용해 생산을 야간 시간대에 집중하고 주간 가동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야간 시간대 요금이 인상되면서 이러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부채가 막대해 기업 고객 이탈 가능성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 한전이 실적 저하와 기업 고객 이탈을 우려하는 이유는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7조4350억 원, 영업이익 13조5250억 원을 내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부채는 여전히 200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중동에서 미국 이란 전쟁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며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점도 한전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저유가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과 부채 축소 흐름에 들어섰지만 이 같은 기조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가가 높은 상태로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SMP보다 전기요금이 낮아 전력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태에 빠져 한전의 대규모 영업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다만 한전은 유가 상승으로 기업의 전력직구 수요가 억제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의 전력직구는 장기계약으로 이뤄져 유가 상승에 따라 구매금액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전은 장기계약이 아니어서 유가가 나중에 인하되면 바로 SMP를 낮출 수 있다. 기업들로서는 기존 한전 공급 체계를 유지하는 편이 더 유리한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전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기업들의 이탈을 방지할 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력직접구매제도는 당초 전력시장 경쟁을 촉진해 전기요금의 부당한 인상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며 "다만 이런 시장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직구 제도를 폐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