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과징금 감경 결정을 또 한 번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LS 제재를 둘러싼 쟁점 사이 이견이 여전히 명확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자율배상이 96% 이상 완료된 점을 들어 추가 감경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번 사례가 향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관련 제재의 중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 ▲ 금융위원회가 홍콩 H지수 ELS 과징금 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8일로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은행권 홍콩 H지수 ELS 제재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이날 과징금 규모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2월 재제심에서 1조4천억 원을 부과하고 금융위로 안건을 넘긴 상황에서 홍콩 H지수 ELS 과징금의 감경 여부는 은행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은행들은 추가 감경을 염두에 두고 2025년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만약 추가 감경이 없거나 예상보다 감소폭이 크지 않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당장 올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례회의에서 5년 제척기간이 임박한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태료 안건만 처리하고 과징금 논의는 또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랜 논의를 거쳤음에도 홍콩 H지수 ELS 과징금 산정을 둘러싼 쟁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96%가 넘는 동의율 아래 진행된 자율배상을 주요 방어 논리로 들고 있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대부분 배상이 진행된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고객과 법적 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금소법 감독규정에서는 ‘피해를 적극적으로 배상하는 등 사후수습 노력이 인정되는 경우’에 기본과징금에서 최대 50%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과징금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과징금 산정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 앞으로 나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자율배상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ELS 판매로 은행들이 얻은 수익은 약 1천억 원 수준인데 이미 1조3천 원을 자율배상했다”며 “여기에 1조4천억 원의 과징금까지 부과하겠다는 것이 상식적 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법원이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민사소송에서 은행 측 손을 들어준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법원은 ‘은행들이 손실 위험 분석기간을 기존 20년에서 10년으로 변경해 설명서에 기재한 행위’와 관련해 은행이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1월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은행 승소 판결을 내렸다.
|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6일 청와대 앞에서 'ELS 과징금 부당 제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
금융당국은 특정 사례를 전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금융지주는 3월 주주총회 안건 설명 자료에서 ELS 과징금과 관련해 “설명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존재하고 사실관계 및 법리상 이견이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최종 과징금 규모는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금융위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이번 제재의 파급력이 꼽힌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2021년 금소법 시행 뒤 첫 대규모 불완전 판매 사례다. 앞으로 금소법 관련 제재 사건에 지속 영향을 주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금융위의 부담이 클 수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025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홍콩 ELS 안건은) 중요한 선례가 된다”며 “과거의 조치 사례, 개별회사에 대한 조치 간의 정합성, 향후 부의 안건의 처리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과징금을 감경하면서도 여전히 무거운 수준을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금감원은 2025년 11월 제재심에서 은행들에 2조 원 규모 과태료·과징금을 사전통보했으나 올해 2월 이를 1조4천억 원 수준으로 감경했다.
이 제재심 결과를 바탕으로 홍콩 H지수 ELS 과징금 결정의 공은 금융위로 넘어갔으나 두 차례 결정이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금융위는 2월25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 논의 자리로 점쳐졌던 이달 4일 정례회의에는 안건 자체가 상정되지 않았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