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호조를 보이던 KG모빌리티 수출 실적에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수출 확대에 힘입어 최근 2년 연속 상반기 흑자를 달성했는데,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이달 출시할 '액티언'의 판매 활약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 KG모빌리티가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내수에 이어 수출 실적도 위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회사의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이달 출시하는 액티언 흥행이 절실해졌다. |
2일 KG모빌리티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판매량은 4076대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40.1% 급감했다.
7월 내수 판매량은 4237대로 전달보다 4.8% 늘었지만, 수출이 크게 꺾이면서 전체 판매량은 23.4% 뒷걸음쳤다.
회사 측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로 7월 월간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수출 물량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257억 원을 내며, 2년 연속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흑자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었다.
수출 확대 1등 공신은 단연 전기차 토레스 EVX였다. 작년 12월 수출을 위한 첫 선적을 시작한 토레스 EVX는 올 상반기 해외에서만 5958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7월 토레스 EVX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에 비해 66.8%나 감소한 334대로 감소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만큼, 이로 인한 회사 수출 실적 감소도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곽 회장은 2022년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같은해 7월 출시된 가솔린차 토레스의 국내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이듬해 회사를 16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려세웠다.
다만 토레스는 올해 출시 3년 차를 맞아 신차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국내 시장에서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1~7월 토레스는 국내에서 9802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64%나 감소했다.
곽 회장은 작년 상반기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틈새 해외시장'을 찾아다녔다. 판매 확대에 한계가 있는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 회사 수출은 3만2587대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6%를 기록하며 2014년(연간 51.1%) 이후 10년 만에 수출이 내수 판매를 앞서기도 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38.5% 줄어든 가운데도 수출이 24.5% 증가한 데 힘입어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시작점인 7월, 내수에 이어 수출도 하락세로 접어드는 변곡점을 맞았다. 회사는 7월 토레스 EVX 수출 물량이 급격히 빠지면서 올해 들어 월간 판매에서 처음으로 수출량(4076대)이 국내 판매량(4237)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 KG모빌리티가 이달 출시할 예정인 쿠페 SUV '액티언'. |
곽 회장은 토레스를 이을 새로운 볼륨 모델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달 중 토레스에 기반한 쿠페형 SUV '액티언'을 내놓는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중순 액티언 가격과 제품 정보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한다"며 "곧이어 이달 중 고객 인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외관 디자인을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시작한 액티언은 사전예약 개시 7일 만인 지난달 22일 예약건이 3만5천 건을 넘으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돌풍'이라 이를 만한 예약 건수이지만, 업계에선 예약 건수에 '허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흥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현재 액티언 사전예약은 전용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 인증만 하면 등록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사전계약에서 10만 원 가량 예약금을 내는 것과 달리 액티언 사전예약에선 본인 인증 절차 외 예약금 등 비용이 들지 않는다.
보통 사전계약이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3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액티언의 독창적 쿠페 스타일 디자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SUV 실용성이 많은 사전예약으로 이어졌다고 자체 분석했다.
다만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소비 위축 등의 영향을 받아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액티언이 실제 흥행을 거두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추는 게 핵심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연간 흑자 전환을 이끈 토레스 역시 2천만 대로 시작하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큰 인기를 얻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