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부총리는 진영 논리를 깨고 '정치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내걸고 여야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9월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1 경제산업비전포럼에 참석해 “저성장, 청년실업, 가계부채, 양극화 등은 누구나 앵무새처럼 지적하고 있지만 20년 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들”이라며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여야 대선후보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톱다운 방식의 개혁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래로부터 반란도 필요하다”며 “이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비전과 방향을 세울 수 있을지 생각할 때다. 기득권 공화국을 해체하고 기회 공화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은 8월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뒤 줄곧 기존 양당정치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치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왔다.
양당과 비교해 자원과 조직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트업 형태의 대선캠프를 운영하며 정치혁신의 사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대선국면에서 김 전 부총리의 존재감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9월5주차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김 전 부총리는 0.6%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28.0%), 이재명 경기도지사(27.6%),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14.9%),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2.3%)와 비교했을 때 크게 뒤처진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9월27~28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2043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인지도가 낮은 탓에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정당의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양당을 중심으로 대선구도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어 제3지대에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대선이 불과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김 전 부총리가 대역전극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많다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대선에서 양당이 치열한 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고 어느 때보다 득표력 높은 제3후보들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의당 후보(심상정 의원, 이정미 전 대표) 등이 대선에 나설 수 있는 또 다른 제3후보다. 2017년 제 19대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1.4%,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6.17%를 얻은 바 있다.
여기에 김 전 부총리까지 나서게 되면 제3후보는 다음 대선의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제3후보군 가운데 가장 중도에 위치해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성향이고 안 대표는 보수야권과 가깝다.
애초 안 대표가 중도에서 제3지대 활동을 해온 전력은 있지만 지난 4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보수야권에 밀착하게 됐다. 정치권에 머문 시간이 짧지 않아 이제는 처음 내걸었던 '새 정치' 이미지도 많이 퇴색했다.
반면 김 전 부총리는 여야 어느 쪽에도 편중돼 있지 않은 정치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지만 청와대 경제라인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소신있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여야 모두로부터 후보로 거명됐다.
김 전 부총리의 중도적 위치는 그가 다른 제3후보들보다 대선의 캐스팅보트로서 가치가 클 수 있는 주요한 이유다.
다만 김 전 부총리로서는 짧은 기간에 낮은 지지도를 끌어 올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강력한 양당의 대안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든, 양당의 승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캐스팅보트를 쥐는 쪽으로 가닥을 잡든, 지지도를 통해 득표력을 입증하는 게 선결 과제다. 그러려면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김 전 부총리는 그를 지지하고 있는 정치세력을 규합한 창당작업을 통해 1차적으로 이슈몰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총리 측은 10월 중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창당작업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현재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김 전 부총리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시대전환을 비롯한 원내·외 정치세력이 김 전 부총리가 창당하는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부총리는 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진행자가 ‘창당을 해도 계속 독자적 노선으로 제3지대로 가겠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정치 공학이나 세력 유불리에 따라 뭉치고 합치는 데는 현재로서는 관심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