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6-04-30 16: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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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이 디지털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객들의 일상 생활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급성장과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 침투로 플랫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유통과 이커머스를 넘어 금융사·빅테크·핀테크 등과 적극 손잡으며 고객 접점 확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 은행권이 플랫폼 영토 확장을 위해 임베디드 금융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SSG '뱅크 인 플랫폼 금융관' 캡쳐. <비즈니스포스트>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종산업 분야와 제휴하며 금융 생태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예대마진 중심 성장 여력이 둔화한 상황에서 플랫폼 제휴를 저비용 고객 확보와 데이터 기반 마케팅, 생활금융 확장까지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은행업이 규제 등으로 직접적 사업영역 확장이 쉽지 않은 만큼 외부 플랫폼과 협업을 통한 우회 성장 전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신세계그룹의 통합 쇼핑 플랫폼 SSG닷컴에 전용 금융 서비스 공간 ‘뱅크 인 플랫폼 금융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융관은 은행 서비스를 플랫폼 안에 직접 구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객은 SSG닷컴을 이용하다가 별도의 은행 앱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쇼핑 동선 안에서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휴를 한 단계 진화한 임베디드 금융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 기업의 서비스나 플랫폼 안에서 금융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형태를 뜻한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스타벅스 특화 제휴 통장 ‘KB별별통장’이나 삼성금융 통합 앱 모니모와 연계한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 등 임베디드 금융을 확대해 왔으나 주로 상품 중심 협업에 머물렀다.
기존 제휴가 플랫폼 특화 상품을 외부 채널에 노출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협업은 플랫폼 안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셈이다.
이처럼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은 기업 고객 영역으로 임베디드 금융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제주은행은 최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뱅킹 기능을 구현한 기업금융 특화 브랜드 ‘DJ뱅크’를 공개했다.
ERP는 재무와 인사 등 기업의 핵심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신한금융이 구현한 ERP 뱅킹은 이 시스템 내부에 은행 서비스를 직접 접목한 임베디드 금융의 한 형태다.
DJ뱅크를 활용하면 기업은 별도의 은행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고 ERP 안에서 이체·조회·자금관리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금융 거래를 위해 제출해야 했던 재무자료와 각종 서류도 ERP 데이터로 대체돼 별도 서류 준비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계좌 개설과 이체, 대출 신청까지 가능하다.
개인 고객의 소비 플랫폼에 이어 기업 고객의 업무 시스템 안까지 은행 서비스가 침투하면서 임베디드 금융 영역이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 일상 속을 파고드는 은행의 협업 전략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혁신금융서비스에는 은행과 플랫폼 협업 모델이 여럿 눈에 띄었다.
신한은행은 11번가와 손잡고 전용 적금을 선보인다. 11번가 앱 안에서 적금 가입과 납입 내역 조회가 가능하도록 해 쇼핑 플랫폼 이용자를 은행 수신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전북은행은 롯데그룹과 협업한다. 롯데 엘포인트 앱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을 전북은행 제휴 계좌에 보관하고 결제 시 자동 충전이 이뤄지는 구조다. 거대 유통 멤버십과 지방은행 상품을 결합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 우리은행은 삼성금융 통합 앱 '모니모'와 제휴를 확대한다. 사진은 삼성월렛 머니·포인트 이미지. <삼성전자>
우리은행 역시 삼성금융 계열사 통합 금융 앱 ‘모니모’와 제휴를 확대하며 삼성금융 생태계 안으로 들어간다. 모니모 앱 안에서 우리은행 제휴 입출금통장과 예·적금 상품을 직접 중개하고 선불충전금을 제휴 계좌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삼성월렛 머니·포인트’ 운영 사업자로 참여하며 생활금융 접점을 넓혀왔는데 이번에는 삼성금융 플랫폼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삼성월렛머니는 출시 약 6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하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플랫폼 제휴 확대는 비대면 접점 확장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뿐 아니라 타행 이용 고객과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금융 서비스를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이용 편의성과 고객 기반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