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게 되면서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회장은 4일 정석기업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 8일 만인 이날 경찰에 출석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 회장의 배임 혐의를 연결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조 회장의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7월에도 검찰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지금까지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향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조 회장에게 한 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각각 한 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두 번 등 모두 다섯 차례인데 모두 기각됐다.
조 회장은 경찰에 출석하며 회장 자리 유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말할 시기가 아니다”고 짧게 답변했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는 한 당장은 경영 퇴진 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결단 없이는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횡포'로 시작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은 하반기 들어 항공업계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를 시한폭탄으로 계속 안고 가야하는 셈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 3조4천억 원, 영업이익 350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9%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4% 감소하는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는 3799억 원이다.
대한항공이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2분기 부진한 실적의 원인이었던 고유가,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평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7.9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배럴당 48.25달러에서 40.7% 상승했다. 11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배럴당 69.25달러다. 올해 1분기 말 1060원 대였던 원-달러 환율 역시 12일 기준 1129원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 전체 여객 매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지역을 자연재해가 연이어 강타하고 3년 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메르스의 진원지인 중동 지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3년 전처럼 메르스가 확산된다면 여행 수요 자체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대한항공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한항공의 실적은 4분기를 지나면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욱 확대될 수도 있어 4분기 실적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가 항공사에 유가와 환율처럼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나 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외부 기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7월30일 기관투자자가 주주 활동 등으로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대한항공에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메르스 등 악재와 관련해서는 계속해 충실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