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와 혼다가 합작법인에서 개발해 생산하는 전기차 판매를 2025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소니 전기차 시제품 '비전S02' 외관 콘셉트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니가 혼다와 협력해 개발하는 전기차 출시 계획을 구체화하고 고가 전기차시장에서 주류 경쟁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소니는 테슬라나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심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혼다의 자동차 생산 역량과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차별화된 장점을 갖추려 하고 있다.
3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가 합작법인을 통해 공동개발하고 생산하는 전기차는 2025년 미국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이끄는 카와니시 이즈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두 회사의 전문성을 합쳐 모빌리티의 미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소니가 2020년 전기차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처음으로 차량 시제품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현실성 없는 목표를 두고 신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센서 등 전장부품을 제외하면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소니가 단기간에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애플이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며 전담 연구팀을 꾸리고 수 년째 ‘애플카’ 개발에 몰두하자 소니가 유행을 따라가는 데 불과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소니가 두 번째 시제품을 선보이고 혼다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는 등 사업 진출을 위한 절차를 안정적으로 밟아 나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자동차기업 가운데 전기차시장에 비교적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는 혼다가 소니와 힘을 합친다면 기술 연구개발 및 차량 생산 분야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이처럼 자체 브랜드 전기차의 사업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자신감을 얻고 고가 전기차시장의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카와나시 COO는 소니와 혼다의 전기차가 미국 혼다 공장에서 생산되며 최신 기술을 대거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제시했다.
닛케이는 이를 두고 소니가 테슬라와 포르쉐 등 고가 차량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정조준해 맞경쟁을 벌이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애플이 출시를 준비하는 애플카 역시 초기 모델은 1대당 1억 원이 넘는 고가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출시 시기는 2025년 이후로 예상된다.
결국 소니가 테슬라와 애플을 가장 중요한 경쟁상대로 삼아 미국시장에서 전기차사업 진출의 성패 여부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소니 전기차 시제품 '비전S02' 내부 콘셉트 이미지. |
소니의 전기차 개발 및 사업 진출 전략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큰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테슬라 및 애플의 사업 방향과 닮은 점이 많다.
소니혼다모빌리티에서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카와니시 COO는 과거 우수한 제품 경쟁력으로 호평을 받는 소니의 인공지능 로봇 강아지 ‘아이보’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해당 제품은 카메라와 센서가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고 기기가 이를 학습해 행동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본 원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카와나시 COO는 소니의 전기차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정의되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기차의 기본 하드웨어 경쟁력을 넘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소니의 이런 사업 방식이 과거 애플에서 아이폰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아이폰이 앱스토어를 통한 콘텐츠 생태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소니도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중심 역할을 해 다양한 연계 기능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니는 이미 예전부터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로 다양한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카와니시 COO는 플레이스테이션 중심의 생태계 구축 과정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런 성공사례를 자동차 분야에서 재현하는 데 힘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혼다 역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주요 자동차기업 가운데 하나로 확실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혼다의 전기차 ‘혼다e’도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소니와 혼다 합작법인에서 개발하는 전기차의 성공은 두 회사가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와 소니의 자동차 중심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 노력이 테슬라와 애플 등 경쟁사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와니시 COO는 “소니와 혼다가 미래의 자동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춰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국시장에서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