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항공 후진국이었던 한국에서 훈련기 T-50 '골든이글'에 이어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까지 양산을 앞두고 있다.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과거 헬리콥터조차 제대로 못 만든다는 소리를 듣던 곳인데 어떻게 이런 걸출한 무기들을 만들게 된 것일까?
▲ 전격의 K-방산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록히드마틴의 조력이 있다.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그 배경에는 세계적 방산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도움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록히드마틴은 1997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전신인 삼성항공과 손잡고 한국형훈련기사업 'KTX-2'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이때 록히드마틴은 기술이전과 부품제공은 물론 삼성항공 기술자들을 미국 본토로 불러들여 부품분류와 계획수립, 전산시스템 구축, 설계관리, 테스트관리까지 가르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에는 기술이전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을 돕기도 했다.
이러한 록히드마틴의 지원은 매력적인 한국 방산시장을 붙잡기 위해서였다는 시선이 많다.
한국은 세계 7위 무기 수입국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많은 국적의 방산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그 때문에 록히드마틴은 자사의 고가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려 했다는 것이다.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함께 만든 훈련기 T-50을 보면 부품의 80% 정도를 록히드마틴 전투기와 공유한다. 이 때문에 양사 전투기를 같이 쓰면 유지보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훈련기 T-50은 기존 록히드마틴 전투기들의 시스템을 계승해 조종사들이 빠르게 록히드마틴 전투기에 적응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제 방산시장에서 T-50 시리즈는 록히드마틴 전투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스타터팩(시작하는 사람 등을 위해 특별히 만드는 패키지)'으로 통하고 있다. T-50 고객이 곧 록히드마틴의 잠재고객이 되는 셈이다.
또한 록히드마틴은 KTX-2 사업에서 개발비의 13%를 부담해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기도 하다.
록히드마틴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저가 전투기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기보다 기술이전을 통해 로열티를 받는 편이 더 유리하다.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F-16 '워크호스'와 F-22 '랩터', F-35 '라이트닝2'의 개발사이기도 해 이들 전투기를 공급하는 데도 과부하가 걸려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F-16의 경우 지금 당장 주문해도 최소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는 전투기 시장을 록히드마틴이 독점하게 둬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저가 전투기 시장에서 한국의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앞세워 로열티를 챙기는 쪽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기업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유럽 주변국을 잇따라 침범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안보를 일임해왔던 유럽 일부 나라들이 자체 공군력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전투기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미국 록히드마틴 전투기의 도입을 바라지만 우선은 그 스타터팩이라고 불리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전투기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록히드마틴 역시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당장 공군력 확보가 급한 국가들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연결해주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록히드마틴 관계자가 올해 초 아일랜드 국방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방예산이 부족한 아일랜드 공군에 T-50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록히드마틴과 손잡으면 앞으로 훈련기 T-50을 전 세계에 1천 대 판매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은 7월18일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중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유럽 수주를 통해 매출 40조 원에 달하는 수출 1천 대 목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