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걸려있는 혐의와 별도로 조 회장의 새로운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 심리로 28일 열린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된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조 회장을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2월이나 3월쯤에는 추가 기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추가 혐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조사한 사람들과는 별도의 사람들이 관여되는 일”이라고 말한 것을 살피면 현재 조 회장이 현재 재판받고 있는 혐의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혐의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검찰이 조 회장이 소환조사를 언급한 점도 이번 재판에서 심리하고 있지 않은 다른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검찰은 법원에 "피의자 조사를 해야 하는데 조 회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미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일 때는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중인 사건 피의자 소환이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지양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새로운 혐의를 추가하겠다고 밝힌 점은 조 회장에게 여러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 회장은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찰의 추가 기소까지 더해지면 여론 악화 등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 28일 열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재논의나 2월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최종 결정에도 검찰의 ‘추가 기소’ 발언이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대한 탈법이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대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한 데 비춰볼 때 조 회장에게 또 다른 혐의가 추가된다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명분이 실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조 회장은 3월에 열리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 국민연금과 표 대결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도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한 만큼 검찰의 추가 기소가 이뤄지면 더욱 불리해진다.
지금까지 조 회장에게 걸려있는 횡령·배임 혐의는 모두 270억 원 규모다. 여기에 추가 혐의가 더해지면 표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한테 항공기 장비와 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196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또 자녀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 정석기업의 주식 7만1880주를 정석기업이 176억 원에 사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거래로 정석기업이 약 41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약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고용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고 정상적 약국으로 가장해 국민건강보험공단한테 1522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부정하게 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