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대규모 항공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을 놓고 증권가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주항공이 항공기를 직접 보유하게 되는 것이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신규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7일 “제주항공이 B737-MAX 항공기 50대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비용 감소와 신규시장 진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제주항공이 구입을 결정한 B737-MAX 항공기는 현재 제주항공이 운용하고 있는 B737-800NG보다 운항거리가 길고 연비도 우수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중거리 노선을 개척할 수 있고 연료비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특히 50대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빌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구매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주항공은 현재 대부분 항공기를 ‘운용리스’ 형태로 운용하고 있는 데에서 ‘직접 보유’로 운용방식을 바꿔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이 운용하고 있는 전체 항공기 38대 가운데 운용리스 형태로 운용되는 항공기는 모두 35대다.
항공기 직접 보유로 볼 수 있는 효과 가운데 가장 쉽게 체감되는 것은 항공기 임차료의 절감이다.
제주항공이 3분기에 임차료로 지출한 비용은 모두 364억 원이다. 3분기 제주항공의 영업이익 378억 원에 근접한 수치다. 제주항공이 3분기에 지출한 전체 비용 3123억 원의 10%가 넘는 수치기도 하다.
항공기 직접 구매는 2019년 1월부터 새 회계기준(IFRS16)이 적용에 따른 부채비율 급증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그 동안 비용으로 처리되던 항공기 임차료가 부채로 인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2019년 새 회계기준 적용으로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이 24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142%다.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면 단기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등에 따른 부채 증가가 나타날 수 있지만 부채에 포함되는 항공기 임차료가 사라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항공기 직접 구매는 장기적으로 항공기의 세대교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항공기 기종 교체 시점이 됐을 때 기존에 운용하던 항공기를 중고로 매각하고 그 자금을 차세대 항공기를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구매하는데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의 이번 구매 계약은 본격적으로 기재 선순환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미국의 주요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 등은 항공기 직접 구매를 통해 신규 기재를 7~8년 정도 이용하고 이를 중고 시장에 매각한 뒤 업그레이드 된 신규 기종을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도입하는 구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항공기 직접 구매는 단기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대량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생기는 재무구조 악화와 관련된 우려도 나온다.
제주항공이 B737-MAX 40대를 확정구매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공시금액 기준 4조9774억 원이다. 제주항공의 자기자본 3314억 원의 15배가 넘는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속해있는 애경그룹이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B737-MAX 항공기 50대(확정구매 40대, 옵션구매 10대)를 2022년부터 차례로 건네받는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제주항공이 B737-MAX 항공기 40대를 확정구매하는 데 투자하는 금액은 공시금액 기준 4조9774억 원으로 단일 기종 기준 한국 국적항공사가 체결한 항공기 구매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도입 계약은 체질 개선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라며 “운용리스를 통한 항공기 운용방식을 직접 보유로 바꿈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