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채용비리 불씨'에 신한금융그룹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조 회장을 대상으로 보강수사를 펼친 뒤 불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도 법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양철한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피의자와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피의 사실 인정 여부와 책임 정도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현직 금융지주 회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만큼 조 회장이 신한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인사 담당자들과 공모했는지 여부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11일 평소와 다름없이 집무실에 출근해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대외활동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12~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일정도 취소했다.

지난해에 열린 행사에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및 채용비리 등 굵직한 이슈와 자체 일정 등으로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조 회장만 유일하게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

조 회장의 운신폭이 좁아지면서 신한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건과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 등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까지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채용비리 관련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묻는 외국 기관투자자들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조 회장이 구속을 피하며 경영 공백에 이르지 않은 만큼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검찰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신한은행에 이어 신한카드와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등의 채용비리를 수사하기로 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현직 임원도 검찰의 칼끝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 대상 기간인 2013~2016년에 위 행장은 신한카드 부사장과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