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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영 감독 |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가 개봉 1주일도 안 돼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정치권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누군가의 갑은 또 누군가의 을이 될 수 있다“
13일 개봉한 영화 ‘카트’가 개봉 첫주 29만2071 명(누적 42만3533 명)의 관객을 모으며 관객수 2위에 오른 것으로 17일 집계됐다.
카트는 ‘인터스텔라’의 기세에 눌렸지만 한국영화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카트는 2007년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대형마트 홈에버에서 실제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를 다뤘다.
이랜드그룹은 당시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포함해 계열사 노동자 700여 명을 부당하게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한 데 대해 반발해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한 뒤 농성에 들어갔고 그 뒤 512일 동안 파업을 지속했다.
영화는 강자와 약자의 대립이라는 투쟁구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노동자들끼리 어떻게 연대하고 극복해냈는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특히 평범한 엄마이자 주부였던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밀도 있게 그려냄으로써 공감의 폭을 넓혔다.
또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인 엄마(염정아)에 반항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나서며 역시 비정규직에 내몰리는 아들(도경수)의 갈등과 화해도 큰 울림을 자아냈다.
여성 영화감독이자 엄마이기도 한 부지영 감독은 “누군가의 갑이 또 누군가에게 을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카트는 최근 상업영화로 보기 드물게 진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비정규직 문제가 낳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조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8월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 1877만6천 명 가운데 32.4%인 607만7천 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3명 가운데 1명 꼴로 비정규직인 상황이어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회원들은 17일 서울 중구 민주노동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0~21일 전국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회사와 합의에 실패해 지난 5일부터 전면 파업을 이어오다 이날 ‘4조3교대 시행을 위한 기획팀 구성’ 등에 가까스로 합의하며 업무에 복귀했다.
영화 개봉에 앞서 지난 12일 홈플러스테스코 등 노동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해고법이라며 비정규직법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해법, 여야 한 목소리 낼까
영화 카트 상영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회의에서 “109명에 달하는 집단 부당해고와 직장폐쇄, 편법매각 등으로 묶인 씨앤앰(C&M) 사태는 비정규직을 다룬 영화 카트에서 보는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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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트' 포스터 |
문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딪히는 생존권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여야가 당장 머리를 맞대고 비정규직 보호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1일 개봉 전 카트 시사회를 열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문재인 비대위원, 우원식 을지로위원장 등 당내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 시대를 진솔하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비정규직 문제가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회의 정규직 비정규직의 심한 차별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앗아가고 있는가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비정규직차별개선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카트 상영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당연히 야당몫으로 인식하고 소홀히 하는 부분을 이번 영화상영을 계기로 달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의 삼중고를 겪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널리 알려 해결책을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