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서비스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애플페이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의약품 소매업체인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가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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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는 지난주부터 매장 내 설치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를 없애고 있다. 애플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때 NFC 기술을 활용하는데 이번 조치로 이들 매장에서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는 미국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월그린에 이어 나란히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는 미국에서만 각각 7700 개와 4570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거부하는 이유는 모바일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에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닌드야 고즈(Anindya Ghose) 뉴욕대 교수는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의 이번 조치는 모바일 결제시장을 놓고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CVS헬스와 라이트 에이드는 ‘머천트 커스토머 익스체인지(Merchant Customer Exchange, MCX)’라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상태다.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타깃 등 미국 14개 주요 대형 유통업체들은 독자적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12년 MCX를 설립했다.
MCX는 지난달 4일 ‘커런트C(CurrentC)’라는 자체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 브랜드를 출시했다. 커런트C는 애플페이와 달리 디지털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커런트C는 현재 일부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 iOS와 안드로이드를 통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면 미국에서 11만 개 이상의 소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IT전문매체 슬래시기어가 지난 25일 공개한 라이트 에이드 내부 문건에 따르면 MCX에 참여한 업체들이 애플페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라이트 에이드는 각 매장에 보낸 메모에서 “고객들에게 애플페이 지원이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도록 직원들을 교육시켜 달라”며 “대신 다른 유통업체들과 개발중인 자체 모바일 월렛을 내년 상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니 이를 기다려달라고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각 유통업체들이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객의 결제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크론컨설팅의 리차드 크론은 “모바일 결제 사용자 계정 한 개당 가치는 약 3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는 은행이 한 개의 예금계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두 배나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그동안 성장이 정체됐던 모바일 결제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2012년 128억 달러였던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2017년 9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