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애경산업 태광그룹의 '캐시카우' 될 수 있나, 김상준 '대표 뷰티 브랜드 부재' 해결이 관건
조수연 기자 ssue@businesspost.co.kr2026-05-07 16: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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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회사의 화장품 사업을 태광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풀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애경산업의 태광그룹 편입이 마무리되면서 화장품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지만 회사를 대표하는 뷰티 브랜드가 부재하다는 지적을 떨쳐낼 만한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 애경산업은 태광그룹 편입과 함께 김상준 대표이사(사진) 단독 체제로 전환하며 새 경영 체제 구축에 나섰다. <애경산업>
7일 애경산업의 상황을 종합하면 회사는 태광그룹 편입 이후 화장품 사업을 그룹의 새 수익원으로 키우기 위해 해당 사업의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태광그룹은 본업인 석유화학 및 섬유 업계의 침체에 따라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에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 태광산업은 최근 4년 동안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결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1045억 원, 2023년 994억 원, 2024년 4억 원, 2025년 360억 원으로 기록됐다.
이에 태광그룹은 애경산업의 편입에 따라 수익성이 둔화한 기존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화장품 영역으로 수익 기반을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이 지난해부터 애경산업의 지분 63%를 4475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해 올해 3월 마무리한 것은 이런 전략이 반영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 부문을 제외한 태광그룹의 석유화학 및 섬유업 계열사 5곳 가운데 4곳은 영업손실을 봤다. 반면 애경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211억 원을 냈다.
다만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이 태광그룹의 기대처럼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경산업은 우선 기존 생활용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장품 사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상준 애경산업 신임 대표이사는 태광그룹 편입 이후 "새 출발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뷰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시장을 대표할 만한 주력 브랜드 파워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시선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에게도 화장품보다 생활용품 기업 이미지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두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는 트리오 주방세제, 스파크 세탁세제, 2080 치약, 케라시스 샴푸 등 생활용품 브랜드로 더 익숙하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메이크업 브랜드 ‘AGE20'S’와 ‘루나’가 상대적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화장품 사업 비중은 33% 수준에 그쳤다. 이에 회사는 2028년까지 해당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애경산업이 보유한 주요 화장품 브랜드. 왼쪽부터 루나, AGE20'S, 시그닉. <애경산업>
김상준 대표는 입장에서 보면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 경쟁력 자체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화장품 사업부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성장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업부 매출은 2023년 2513억 원, 2024년 2615억 원, 2025년 215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4억 원, 291억 원, 75억 원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주력 브랜드의 노후화를 성장 정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실제 대표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AGE20'S)'는 홈쇼핑 기반의 중장년층 소비자 의존도가 높은 편이고 '루나' 역시 컨실러 제품 인지도가 높지만 이를 넘어설 만한 대표 제품군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킨케어 부문에서 '시그닉'과 '원씽'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두 브랜드 모두 아직 초기 성장 단계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씽은 애경산업이 2022년 인수한 이후 2023년부터 순손실 흐름을 이어오다 올해 4월 흡수합병이 결정됐다.
태광그룹은 석유화학·섬유 소재 역량과 홈쇼핑 계열사의 유통망을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과 결합해 원료부터 생산·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다만 최근 화장품 시장이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존 대기업형 수직계열화 모델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애경산업은 태광그룹 편입과 함께 기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채동석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김상준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김상준 대표는 기존 화장품과·생활용품의 2개 사업부를 메이크업·스킨케어·퍼스널뷰티·홈케어의 4개 사업으로 재편하고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애경산업의 경영지원부문 부문장과 CFO를 역임했으며 유니레버카버코리아와 코웨이에서 근무한 바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태광그룹 편입을 계기로 글로벌 토탈 뷰티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주요 화장품 브랜드에 K뷰티 기술력을 접목해 국내외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