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강남을 선호한다는 이유 때문에 강남에 사옥을 마련하는 것이 트렌드였지만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터전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그 일대 건물 모습들. <연합뉴스>
26일 이커머스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이커머스 기업들의 '탈강남' 추세가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지마켓은 올해 10월 강남구를 떠나 성동구에 둥지를 새로 튼다. SSG닷컴과 W컨셉은 지난해 강남구에서 영등포구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에 앞서 무신사는 2022년 강남구를 떠나 성동구에 자리를 잡았다.
'탈강남'의 주된 원인은 높은 고정비용이다. 쿠팡 독주에 따른 이커머스 양극화, 중국 플랫폼의 한국 진출 등으로 이커머스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실제 강남에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기업들의 상황은 어렵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 1조3471억 원, 영업손실 1178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14.5% 줄었고 영업손실은 451억 원 늘었다.
G마켓도 상황은 비슷하다. G마켓은 지난해 매출 6202억 원, 영업손실 834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35.5% 줄었고 영업손실은 160억 원 늘었다.
W컨셉은 신세계그룹 편입 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W컨셉은 지난해 매출 1194억 원, 영업손실 31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2.1%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거뒀지만 적자 전환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난해 2월 영등포로 본사를 이전했다"며 "경제성과 업무 쾌적성, 교통 접근성과 풍부한 생활 편의시설을 갖췄다"고 말했다.
강남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건물 임대료 등 고정비가 높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강남대로·테헤란로·논현역 등 강남지역의 ㎡당 월평균 임대료는 2만7천 원이다. 특히 강남대로 상권의 경우에는 3만1800원에 이른다.
반면 여의도·영등포역·공덕역 등을 포함한 여의도마포지역의 평균 임대료는 2만200원이다. 잠실·홍대·합정·사당·용산 등을 포함한 기타지역은 1만3400원이다.
앞서 이커머스 기업들이 강남을 선호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커머스 기업의 핵심 인력군인 정보기술(IT)개발자들이 근무지로 강남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커뮤니티'를 이유로 든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강남 테헤란로에 모여있어 IT 관련 최신 정보를 얻기 좋다는 것이다.
초기 창업 팀을 위한 공간 지원과 투자, 정부 지원을 연결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민간 재단에서 운영하는 마루(MARU), 드림플러스 등도 강남역·역삼역 일대에 모여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붐이 일었던 시기에 많은 개발자들이 이미 강남 근처에 자리를 잡았고 출퇴근이 편한 강남에 있는 회사를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IT 콘퍼런스와 기술 밋업이 주로 강남권에서 열리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IT의 메카로 평가받는 경기 판교에서 이동하기 쉬운 곳이 바로 강남이라는 점도 강남이 주목받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컬리 관계자는 "개발자들이 판교에서 강남으로 많이 넘어오기도 하는데 거리 마지노선이 역삼·선릉·강남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며 "대부분 이커머스 및 IT 기반 회사들이 이 지역 근방에 모여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자 개발자들의 선호도를 고려한 입지 선정은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광받는 지역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다. 성수동은 산업과 문화가 결합된 지역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서울숲 일대를 중심으로 쇼룸과 팝업이 밀집되며 브랜드와 고객 접점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 컬리 사무실이 있는 한국타이어빌딩(왼쪽)과 롯데온 사무실이 있는 삼성 위워크빌딩. <빌딩코리아·위워크>
성수동으로 본사를 옮긴 이커머스 기업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서 성수동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마켓 관계자는 "성수는 서울 내 우수한 교통 접근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테마와 리테일 인프라가 밀집해 있어 임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이커머스와 유통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으며 오히려 기술과 리테일의 강력한 결합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본사 이전은 사업 구조와 산업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성수동의 지역적 특성이 브랜드 경험과 콘텐츠 확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론 강남에 여전히 거점을 두는 회사들도 있다.
컬리와 롯데온 사무실은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다. 컬리는 한국타이어빌딩, 롯데온은 위워크 삼성점과 역삼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컬리와 롯데온은 아직 강남권 사무실의 입지 경쟁력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 인력 확보 측면에서 강남 선호도가 여전히 높고, 판교와 접근성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 사무실을 강남말고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은 없다"며 "더 나은 곳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재 컬리에 더 맞는 지역은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