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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3차 상법 개정이 증시 밀어올릴까, 재계 "경영권 방어 어려워"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 2025-10-13 13: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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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피 3600선을 돌파하며 우리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자사주 소각은 주가 상승의 추가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재계는 자사주가 유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기업 쪽 우려에 따른 보완책 마련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사주 소각' 3차 상법 개정이 증시 밀어올릴까, 재계 "경영권 방어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이 9월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개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린 마틴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연합뉴스>

13일 여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11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자사주 의무 소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배당이 더 많이 이뤄지게 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상법 개정은 저평가된 국내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가 높아지고 높아진 주당 순이익이 주가 상승과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 없이 주식 수만으로 주가가 저평가 되는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반면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자사주마저 소각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을 펼친다. 자사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자사 주식 확보를 통해 적대 세력이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간접적 효과를 가지고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의 주요한 방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실제 자사주를 외국 자본의 적대적 경영권 인수 시도에 효과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한 전례도 있다.

2003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지분을 14.99%까지 보유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요구했다. 당시 최 회장 일가 지분은 0.8%에 불과해 사실상 경영권이 외국계 펀드에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최 회장은 자사주가 결정적 한방이 되면서 경영권 방어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SK가 보유하던 자사주 5.5%를 하나은행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킨 것이다. 이로 하나은행, SK, 계열사 등 친 SK 세력의 표 결집으로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소버린은 결국 2005년 SK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9월16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3차 상법개정안을 두고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자기주식을 의무 소각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가 자사주를 두고 이처럼 경영권 방어의 '최후 수단'이라고 강조하는 데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배경이 자리한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인수선택권을 활용하고 있다. 적대적 인수자가 일정 지분 이상을 사면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싸게 살 권리를 줘 공격자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는 차등의결권도 있다. 이는 창업자나 오너에게 한 주당 여러 표의 의결권을 부여해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황금주 제도는 정부가 특정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유로 거부권이 있는 주식을 보유해 민영화 이후에도 핵심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

한국에는 이러한 제도가 미비해 적대 세력에 갑작스러운 지분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경영권 방어가 자사주가 아니면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이에 여권이 '배임죄' 완화를 기업 달래기 카드로 꺼내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잇다른 1·2차 상법개정안으로 기업 경영자들이 호소한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30일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 협의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며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줘왔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3차 상법 개정이 증시 밀어올릴까, 재계 "경영권 방어 어려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성환 환경부 장관, 김병주 최고위원,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은 7월3일 1차 상법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 △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선임 비율 확대를 뼈대로 한다.

2차 상법개정안은 8월25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차 개정 상법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1·2차 상법개정안 모두 경영자보다는 주주 중심의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단체는 당시 공동 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은 기업 경영권을 제약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자사주가 단순히 경영권 침해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 승계 문제에 직결돼 있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5월1일 발간한 '자기주식 처분과 경영권 방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자기주식은 대기업의 경영권 유지, 방어, 상속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속세는 주식의 평가가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자사주를 활용하면 상속 전에는 적대 세력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상속 후에는 상속자의 지분과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사주는 주식 직접 증여시 발생하는 세금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반대 편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반드시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 오히려 주가 부양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시장에 주가 저평가 신호를 줘 주가 상승에 대한 주주의 기대감을 높이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대한상의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에서 "자사주 매입이 단기, 장기적으로 주가를 떠받쳐 왔는데 매입 후 소각이 의무화되면 이런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이후 단기(1∼5일) 수익률은 시장 대비 최대 3.8%포인트, 6∼12개월 장기 수익률은 11.2∼47.9%포인트 높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여권은 개미들의 환영 여론을 바탕으로 3차 상법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자사주 의무 소각을 추진하더라도 기간 설정이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각 기간을 관건으로 법안이 다양하게 발의되고 있다.

민병덕,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취득 후 6개월 이내 소각을,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취득 후 즉시 소각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해 두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8월25일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원칙적으로 돌아가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임직원에게 보상하게 한다거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 행사에 필요한 경우 자사주 보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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