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후보가 당내 세력이 미약해 지난 대선 때처럼 친윤(친윤석열)계와 손을 잡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벌써부터 나온다. 양쪽은 대선후보 교체 파동에서 크게 충돌한 적 있어 '불편한 동거'의 성사 가능성은 아직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전당대회가 '조만간' 열린다면 당대표 선거에 김 전 후보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빠르게 당 안팎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월 전당대회 개최'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앞서 김 전 후보는 현충일인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는 차담을 진행했다.
특히 김 전 후보는 5일 열린 대선 캠프 해단식에서 "(오늘은) 해단식이라기보다는 구국의 출정식"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김문수의 정치'를 새로 시작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김 전 후보의 이런 행보가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9일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안철수·나경원 의원을 만나는 것이 당권 도전 빌드업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본다"며 "김문수 후보가 당권 도전 하는 것을 저희는 상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 일각에서는 김 전 후보가 대선에서 4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당내 혼란을 정리할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 전 후보는 대선에서 41.15%를 득표했으며 특히 대구 67.62%, 경북 66.87% 등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압도하는 성적을 보였다. 서울에서도 41.55%를 득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전 후보가 친윤계나 친한(친한동훈)계 등 기존 계파와는 다른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수 전 대변인은 '이슈앤피플'에서 "김문수 후보는 무협지로 치면 정파·사파 싸움 같은데 그 사이에 들어온 중간 '세외세력'"이라며 "김문수 후보 주변을 보면 자통당(자유통일당), 부정 선거를 지지했던 아스팔트,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 그리고 독특한 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새미래민주당까지 다 긁어모아 왔다"고 진단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023년 5월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후보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예외적 행보는 아니다. 대선에서 패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당권을 잡는 흐름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17년 대선 패배 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로 선출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잡았다.
다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에서 가장 책임 있는 위치에 있으셨던 분인 만큼 선거에 대한 철저한 복기를 먼저 해주셔야 한다"며 "패장이라는 것이 김문수 전 장관이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일단 김 전 후보는 현재까지 당권 도전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그는 5일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당대표에 아무런 욕심이 없다"며 "당대표 출마는 쓰레기 더미에 들어가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럼에도 김 전 후보의 당권 도전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전 후보는 '화려한 말바꾸기'를 선보인 바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본인은 안 한다고 하지만 그런 욕심을 가질 수도 있다"며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만큼 말을 믿기 어렵다. 주변에서 부추기면 출마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 전 후보가 당내 세력이 미약한 것은 결정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당권을 장악하려면 결국 친윤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독자적인 세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김문수 후보가 세 확장을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리 전 대선 후보였다고 해도 친윤계만큼 세를 확장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부족한 지지층 보완을 위해 친윤계와 손잡고 대선 후보 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대선 후보 교체 파동으로 양쪽은 완전히 틀어질 위기까지 치달았다.
다만 친윤계가 현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맞설 '간판급' 스타가 없다는 점은 변수이다. 일각에선 안철수 의원을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보다는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가 안철수 의원을 내세워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절박감이 크지만 김문수 전 후보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고민이 깊을 것"이라 바라봤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