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은행장 승계절차를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이전에 시작하기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 CEO 승계시계도 빨리 돌아갈 것으로 여겨진다.
비은행 금융사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대상이 아니지만 보통 금융지주 이사회 내 소위원회 한 곳에서 은행장과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 CEO 선임을 함께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은행과 비은행 CEO 승계절차가 동시에 시작될 수 있다”며 “비은행 CEO의 경우 임기 만료 3개월 전 승계절차 시작이 필수는 아니지만 승계를 기존보다 미리 준비한다는 점에서 CEO 후보자를 더 신중하게 보겠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4개사 가운데서는 신한카드가 승계절차 첫 포문을 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10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신한카드를 포함해 12개 계열사 대표 승계작업에 착수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2023년 취임해 첫 임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CEO들이 통상 ‘2+1년’의 임기를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대 신한카드 CEO들이 대체로 긴 임기를 보냈다.
통합 신한카드가 출범한 2007년 이후 이재우, 위성호,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위성호 전 사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가장 짧은 3년 6개월의 임기를 보냈으며 이재우, 임영진 전 사장은 모두 5년 이상을 재임했다.
문 사장의 성적표도 연임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3793억 원을 내며 업계 1위 지위를 지켰다.
신한은행과 손잡고 내놓은 해외여행특화상품 ‘쏠(SOL)트래블 카드’가 흥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주효하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시한 쏠트래블 카드의 누적발급량은 현재까지 120만장에 이른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4대 금융 카드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 3년차를 보내고 있음에도 외형확대 성과를 톡톡히 올렸다는 점에서 재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사장이 2023년 새 카드상품 브랜드로 내놓은 ‘위시(WE:SH)카드’ 시리즈는 8월 말 누적발급수 100만장을 돌파하며 KB국민카드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KB국민카드는 이에 힘입어 회원 수를 늘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7월 신규회원수는 13만4천명으로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가장 많다.
이 사장이 통합작업을 이끈 대표앱 ‘KB페이’도 올해 4월 가입고객 수 1200만 명을 넘겼다. 2023년 6월 1천만 명을 돌파한 뒤 10개월 만에 200만 명을 늘린 셈이다.
이 사장의 전임자인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사장도 성과를 인정받아 2+1+1년의 임기를 보냈다.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실적을 크게 늘린 것은 물론 ‘트래블로그’를 중심으로 그룹 내 입지도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하나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1166억 원을 거뒀다.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해 60.7% 늘면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카드업계 격전지로 떠오른 해외이용특화카드(트래블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호성 사장이 취임했던 2023년 초 100만 명에 못 미쳤던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는 최근 600만 명을 돌파했다.
트래블로그는 관련 행사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해 힘을 실어줄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 카드업계 경영환경 전망이 불안정한 가운데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최고경영자들의 연임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연합뉴스>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앞에 놓인 연임의 길에는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카드의 숙원사업이던 독자결제망 구축과 독자가맹점 확보 등에서 성과를 냈지만 계열사까지 영향권이 확대된 우리금융그룹 내부통제 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우리카드는 상반기 실적에서도 살짝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카드는 상반기 순이익 838억 원을 올려 1년 전보다 2.4% 늘었다. 카드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서는 낮은 수준의 실적 증가률을 보였다.
다만 적격비용 재산정 등 카드업계 경영환경 전망이 불안정한 만큼 지배구조 안정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업황이 부진했던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뒀던 모든 카드사 CEO가 연임하면서 올해 10년여 만에 카드업계 경영진에 새 얼굴 없었는데 이런 기조가 한 번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는 한 달 한 달에 대한 경영전략도 중요한 상황이다”며 “새로운 CEO가 선임되면 적응기를 거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영안정 측면에서는 현 CEO 연임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