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김기현 지도부가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당정 협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안정성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비윤계(비윤석열계)의 불만 등이 남아 있고 외연 확장 정책이 지지율 상승이라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당내 통합과 집권당으로서 정책 비전 제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메시지, 총선을 앞둔 당 운영 방향, 공천 대비책 등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인원 수 조정 방안과 관련한 발표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도층·민주당의 도덕성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읽힌다.
김기현 지도부의 100일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내부가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올해 3월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사이 대립으로 혼란에 빠진 당을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김 대표는 해결 방안으로 ‘당정 일체’를 내세웠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정 안정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기현 지도부 출범 이후로 당정협의회가 거의 매주 열릴 정도로 크게 늘었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는 당정협의회와 별개로 월2회 정기회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만남의 결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안정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기현 대표도 대통령실과 행보를 같이 해 혼선을 막고 당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초기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우려가 많았다. 최고위원의 잇따른 설화 논란 등은 당 지도부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김 대표는 원인을 도려내고 통합행보를 늘리는 방식으로 정면돌파했다.
윤리위원회 구성을 통해 설화를 일으킨 최고위원에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빈자리는 ‘호남·40대·청년’ 김가람 최고위원으로 메꿨다. 국민의힘 지지 취약지역인 광주를 방문해 정책예산협의회를 열고 그 일정에 비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대동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윤과 비윤의 갈등을 축으로 하는 국민의힘 내분이라는 문제 해결에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역할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당 지도부 비판으로 촉발된 갈등은 홍 시장의 국민의힘 상임고문 해촉으로 이어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여전히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의 광주 방문에 동행하는 등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 행보에 나름 발을 맞추고 있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또한 날카로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천 위원장은 14일 김기현 대표의 호남 일정에 동행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포탕을 오랫동안 끓이면 낙지가 질겨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는 김기현 대표의 100일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100일 동안 뭘 하셨는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런 상황이라 김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통합과 함께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이뤄내야 한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 우클릭 논란 이후로 외연 확장 행보에 집중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4·19, 5·18 등 민주화 운동 행사에 거의 전원이 참석하며 진정성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김기현 대표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6월14일 광주를 방문하고 경제적 발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 김남국 무소속의원 가상화폐 보유 논란 등 악재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정당지지율은 3월20일 조사 이래로 40%대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민주당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양곡관리법 등 국민을 위한 정책, 민생 법안이라는 측면에서 여론을 끌어들이고 정국을 주도하며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서 핵심 정책 제시를 통해 자신들의 아젠다로 민주당을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악재와 정책을 물고 넘어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