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유승민 의원.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등록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의원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공식화하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권주자들은 당락에 미칠 변수들을 두고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후보등록과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월3일 후보등록을 마친 뒤 2월10일 예비경선을 치른다.
김기현 의원은 ‘윤심’을 기반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463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를 물은 결과 김 의원이 39.8% 지지를 얻어
나경원 전 의원 25.1%,
안철수 의원 16.6%,
유승민 전 의원 7.9% 등을 제쳤다.
리얼미터가 19일 발표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은 40.3%를 기록하며 2위인 나 전 의원(25.3%), 3위인
안철수 의원(17.2%)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김 의원은 여러 행사일정을 소화하며 탄력이 붙은 지지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힘썼다. 김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둔 20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복지관과 전통시장을 찾아 명절 인사를 했다. 또 당내에서 제기되는 ‘수도권 대표론’을 의식한 듯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 안팎에서 전당대회가 ‘친윤’대 ‘반윤’ 구도로 펼쳐진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통합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지지율 1위의 이유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라는 당원과 지지자의 명령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며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약진을 보이며 ‘1강(
김기현) 2중(
안철수·
나경원)’ 구도를 형성해가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은 김 의원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며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안 의원은 20일 KBS라디오에서 “저는 정치에서 무슨 김장(
김기현·
장제원)연대, 연포탕 이런 말장난 자체가 국민들에게 굉장히 큰 실례라고 생각한다”며 “당내에 공천 관련 공포 때문에 함부로 다른 의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김 의원이 만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 견제와 더불어 안 의원은 ‘당심’ 잡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18일 캠프 개소식을 연 뒤 19일 대구 서문시장을 비롯한 시장 3곳을 연이어 방문했다. 20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중도·실용 이미지 강화를 꾀했다.
윤상현 의원도 안 의원처럼 2024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이끌 당 대표로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김 의원 견제에 나섰다. 윤 의원은 지난해 연말 차기 당 대표의 ‘수도권 출마론’을 제기하며 김 의원을 향해 “울산을 떠나서 서울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최근 당내에서 나 전 의원 출마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비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안나윤(
안철수·
나경원·윤상현) 연대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초선 의원들이 집단으로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이번 집단 성명을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라며 “(집단 성명이 윤 대통령을) 특정 정파의 대통령으로 한정하려는 행태로 비쳐서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두 사람과 달리 아직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나경원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여겨진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당심’이 나뉘는데다 결선투표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실제 나 전 의원이 출마하고 결선투표에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대결을 펼칠 때 안 의원이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에브리씨앤알이 14~15일 국민의힘 지지층 4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결선투표를 가정한 가상 양자 대결(
김기현 대
안철수)에서 안 의원 48.4%, 김 의원 42.8%였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의 60%가 안 의원에게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반영하듯 안 의원과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19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나 전 의원에 대해 집단 린치라고 표현할 만큼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질문에 “전당대회가 당원의 축제가 되고 국민의 관심으로 컨벤션 효과를 얻어야 당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하며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두둔했다.
반면 김 의원은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나 전 의원이) 책임있는 결정을 할 거라 본다”며 “나 전 의원이 분열의 길로 가지 않을 거라 믿고 싶다”고 말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가 지난 뒤 당 대표 출마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증에서 “설 연휴를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신 뒤 보수의 상징적 장소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당내 넓은 지지기반을 갖췄지만 친윤계 표심이 모두 떠난다면 결선투표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 해임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윤핵관’(
윤석열 핵심관계자)에 반감을 지닌 당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1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막판 변수로 남아있다.
유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를 지지하는 ‘반윤’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만약 나를 지지하는 표심이 있다면 유 전 의원이 참여했을 때 유 전 의원과 정책적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늘어난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와 결선투표제라는 변수 때문에 현재까지 나타난 당권주자들의 지지도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친윤계의 의도대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데 결선투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만약 나 전 의원을 완전 주저앉히고 안 의원이 (결선투표로) 올라가는 상황이 되면 그것도 모르는 것”이라며 ”당신들(친윤계)이 만들어놓은 제도 때문에 골치 아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제가 전당대회에 나왔을 때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54%까지 받았는데 실제 전당대회 당원 투표에서 37% 정도가 나왔다”며 “지지층 여론조사로는 당원 샘플링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