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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2013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이 오리온그룹의 부회장이 된다. 허 전 사장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이끈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직접 허 전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허 전 사장이 오는 14일부터 서울 용산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오리온그룹이 7일 밝혔다. 허 전 사장은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공동으로 부회장직을 맡게 된다.
◆ 담철곤은 왜 허인철을 영입했나
허 전 사장이 오리온그룹에서 담당할 구체적 업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화경 부회장과 같은 직급으로 영입돼 그룹의 전반적 경영을 총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올해 초 오리온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경영 전면에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어졌다. 현재 오리온은 강원기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고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한때 신세계그룹의 실세로 통했던 허 전 사장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담 회장이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한 오리온을 구하기 위해 허 전 사장을 영입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담 회장은 사람을 기용할 때 경력이나 업무평가 등 경영능력을 우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전 사장은 1997년부터 신세계그룹에 몸담기 시작해 이마트 사장까지 지내며 경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허인철 전 사장의 경력이 오리온그룹의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를 중시하는 담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7921억 원, 영업이익은 4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23.3% 하락했다. 1분기 실적도 전년 같은기간 대비 각각 1.6%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오리온이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성장세가 주춤하다. 올해 1분기 해외법인 매출은 오리온이 3740억 원, 롯데제과가 1186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롯데제과는 해외매출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0.9%나 증가한 반면 오리온은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담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허 전 사장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허 전 사장이 인수합병을 여러 번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허 전 사장은 신세계그룹 재직 당시 월마트코리아와 센트럴시티 등 그룹의 굵직굵직한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그동안 오리온은 현지법인을 설립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오리온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에 진출해 있지만 현지기업을 인수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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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반면 국내1위 롯데제과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04년부터 인도, 벨기에, 베트남, 파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제과업체를 속속 품에 안았다.
특히 국내 제과시장 규모가 점차 작아지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더 공격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국내 제과시장은 2011년 3조6559억 원에서 지난해 3조7362억 원으로 2.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25만7578톤에서 25만4741톤으로 오히려 1.1%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허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에서 인수합병을 총괄한 만큼 오리온으로 이동해서도 이러한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5년 동안 신세계 성장 이끈 허인철
허 전 사장은 1997년 삼성에서 신세계가 분리될 때 삼성물산 경리과장을 하다가 신세계로 건너왔다.
그 뒤 2006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장에 임명됐고 하이마트, 전자랜드, 월마트 등 기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또 신세계와 이마트의 인적 분할, 신세계 익스프레스 매각, 파주 땅 매입 등 그룹의 굵직한 사업들을 도맡아 하며 신세계그룹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허 전 사장은 이마트 대표이사가 되기 전인 2012년까지 이마트와 함께 신세계,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첼시, 신세계첼시부산, 코스트코코리아 등 6곳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허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해 많은 비난을 샀다.
그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상품공급점인 이마트에브리데이가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저는 대형할인점사업만 맡고 있고, 이마트 에브리데이 대표이사는 따로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는 그룹 오너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가는 사태를 초래했고 이 때문에 정 부회장과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사장은 작년 11월 단행된 신세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영업부문으로 대표 권한이 축소됐고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3월부터 이마트에서 상임고문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