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며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했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과 가진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제29회 한일재계회의 <비즈니스포스트>
허 회장은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선언의 취지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일재계회의에서 3년 만에 만난 양국 경제단체 수장들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한일재계회의는 양국 간 상호 이해와 우의증진 및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한일 양국 민간 고위경제인 협력채널이다.
1982년 시작된 이후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이 매년 공동으로 개최해 왔다. 이날 한일재계회의는 2019년 11월 제28회 한일재계회의가 일본 도쿄 게이단렌회관에서 열린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이 먼저 제안하고 일본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지난 3년 동안 한일재계회의가 중단된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코로나19 확산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뒤 급속도로 양국 사이가 나빠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2019년 한일재계회의 공동성명에서 한일갈등에 대한 경제인들의 우려와 민간교류만큼은 지속돼야한다는 의지를 담았는데 이번 회의에선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가 완연하게 나타났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김종서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 등 20명이 참석했다.
전경련에서 탈퇴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그룹의 계열사 사장이 참석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 측에서는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련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무대에서의 한일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측 참석자들은 한국의 환태평앙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요청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직전 2019년 한일재계회의는 양국관계가 반영돼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이와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한일 경제협력에 관한 기대감이 두 나라 경제인에게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이번 한일재계회의에서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존중 및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민간교류 정상화를 위한 무비자 프로그램 부활 등을 내용으로 하는 8개 항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내년에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해 양국 재계 사이 우호적 분위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