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정 기자 dajeong@businesspost.co.kr2021-07-16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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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에게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법조팀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선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왼쪽 세 번째)가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보낸 서신과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만나 한 말들이 강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과 관련된 강도 높은 수사' 등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과 구체적으로 연결돼있다거나 신라젠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피해자에게 인식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한 행동이 취재윤리를 어긴 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가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고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며 회유하려 했다"며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만큼 취재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금융사기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정보를 진술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2020년 8월 기소됐다.
그는 2002년 2∼3월 이 전 대표가 수감된 구치소에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세 차례 만났다.
서신에는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75살에 출소할지 80에 나올지 모를 일',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이 전 기자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극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면서 진술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한동훈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여권 인사들의 비리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와 가족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협박한 것으로 판단해 5월 결심 공판에서 이 전 기자에게 징역 1년 6개월, 백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이에 이 전 기자는 "공익 목적으로 취재한 것이고 유시민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한편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