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정감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경제를 움직이는 금융권 수장들이 총출동하면서 그들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움직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책은행 등 국내 금융권 수장들의 국감 성적표를 살펴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 국감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빠진 데다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등 핵심문제가 거의 다뤄지지 않아 다소 심심한 국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시작으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 모두 국감에 출석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은성수 행장은 뜻하지 않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은 행장이 국감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내년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이틀 동안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7.3%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만 2680억 원에 이른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된 일이지만 은 행장이 직접 공식적으로 꺼내면서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은 행장은 이를 의식해 29일 열린 종합국감에서는 조선사 전망을 묻는 질문에 “주가가 떨어져 발언을 할 때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동걸 회장은 국감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19일 한국GM이 단독으로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할 안건을 의결한 뒤 주말이 지나고 바로 국감이 열린 탓이다. 22일 모두 4명의 피감기관장이 국감에 참석했지만 이 회장에게 대부분 질의가 집중됐다.
이 회장은 하루 종일 이어진 의원들의 날선 질의에도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GM 사태를 놓고 “정말 심각한 무책임과 무능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 회장은 “나를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고 판단하는 건 의원님의 자유로운 판단”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회장은 “KDB생명은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라는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앞으로 KDB생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대놓고 ‘내놓은 자식’ 취급을 한 회사를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경영 정상화에 힘 쏟고 있는 KDB생명 임직원 처지에서는 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는 논란도 제기됐다.
더구나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한 뒤 산업은행 출신을 보내 사장과 부사장을 맡겼다는 점에서 경영 부실의 책임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저점을 경신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29일 국감에서 “금리 인상은 실물경기 등을 다 감안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자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7.4bp(1bp=0.01%p) 하락한 1.894%에 거래를 마쳤고 국고채 5년물 금리도 8.2bp 내린 1.997%를 보여 1년2개월 만의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 총재의 발언이 11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올해가 두 번째 국감이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국감에서도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비교적 무난하게 국감을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헌 원장은 2주 만에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
12일 첫 국감에서는 성의 없는 답변과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지만 2주 뒤 열린 종합국감에서는 방대하고 구체적인 의원들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