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결정은 총수만이 할 수 있다. 기업인 가석방의 필요성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건의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박 대통령에게 기업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건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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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그날 “경제위기 극복방안의 하나로 기업인들의 사면이나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며 최 부총리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권 실세들이 잇따라 실형선고를 받은 경제인에 대한 가석방 혹은 사면에 대한 군불을 지피자 시민단체들이 "오너리스크는 없다"며 재벌 총수에 대한 가석방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30일 “정부와 여당이 불법을 저질러 수감중인 재벌총수들에 대한 조기 가석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절대불가 의견서를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여권의 조기 가석방 논의에 따라 대상에 오르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과 LIG건설 구본엽 부사장의 조기 가석방 움직임에 반대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법무부가 그동안 가석방을 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채워야 가석방이 가능했는데, 이들의 경우 전체 형기의 반도 채우지 못했고 구본엽씨는 이제 겨우 형기의 반을 채웠다”며 “그런데도 이들을 가석방하면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질서와 국민 다수의 상식을 법무부가 앞장서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범죄자들을 가석방해 경제 활성화를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일 뿐”이라며 “오히려 재벌총수의 범죄는 대개 상습적이고, 해당기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오너 리스크(owner risk)란 말이 한국에만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 일부에서 재벌총수 가석방 또는 사면론의 명분으로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다.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워 기업이나 국가경제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SK그룹이나 CJ그룹의 경우 총수 부재 상황에서 오히려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점 등을 들어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에 반대한다.
두 기업집단은 올해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는데도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주가가 올랐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등 나머지 8곳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12월15일까지 주요 10개 그룹의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 변동을 집계한 결과 SK그룹의 시가총액은 12.7%, CJ그룹은 1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의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10조 원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3만 원 후반대에 그쳤으나 7월 중순을 지나며 줄곧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11월4일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라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법정구속돼 징역 4년 가운데 절반 가까이 복역중이다.
CJ그룹 시가총액도 올해 3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CJ대한통운 주가가 80% 이상 급등한 덕분이다.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방송문화 콘텐츠계열사 CJE&M도 내수회복 기대감에 주가가 10% 이상 뛰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재벌 그룹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를 잘 갖추고 있는 만큼 총수 부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결정 등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오너리스크가 기업성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오너의 결정이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았던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