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대작들이 최적화 문제를 드러낸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명말: 공허의 깃털. <린지게임즈>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출시된 신작 중 최적화에 문제가 없었던 게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 게이머의 한탄처럼 고사양 그래픽과 멀티플랫폼 개발이 대세가 된 최근 게임 시장에서 ‘최적화’가 흥행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대작들이 잇따라 최적화 문제를 드러내며 평가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최적화 역량이 강점으로 꼽히는 국내 게임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중국의 기대작 ‘명말: 공허의 깃털’은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판매 1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불안정한 최적화로 이용자 수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검은 신화: 오공’의 흥행을 잇는 후속 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이 게임은 출시와 함께 스팀 글로벌 인기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출시 당일인 7월24일에는 동시접속자 수가 13만 명을 넘었으나 일주일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스팀 사용자 평가는 한때 ‘압도적으로 부정적’까지 하락했다.
이용자들이 가장 크게 지적한 부분은 최적화 문제였다.
주요 그래픽카드에서 게임이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거나 개발사가 제시한 권장사양을 갖춘 PC에서도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발팀은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충돌, 프레임 저하, 일부 지역의 에셋 불량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초기 이탈을 막지는 못했다.
올해 상반기 대작 캡콤의 ‘몬스터헌터 와일즈’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적 인지도를 보유한 IP(지적재산권_ 기반의 기대작이었지만 출시 이후 PC 및 콘솔에서 최적화 문제가 제기되며 사용자 수가 급감했다. 3월 기준 누적 판매량 1천만 장을 돌파한 후 2분기(4~6월) 판매량은 47만 장 수준으로 급감했고 최근 스팀 사용자 평가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유저 리뷰 다수는 콘텐츠 부족과 함께 최적화 미비를 주요 불만으로 지목했다.
▲ 사진은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이미지. <캡콤> |
최근 언리얼 엔진5 기반의 고사양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최적화는 더 이상 부차적 기술이 아닌 게임의 완성도와 직결되는 주요 평가 항목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고사양 게임에 일부 성능 문제가 수반되더라도 부차적인 요소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출시 직후 유저 평판과 잔존율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콘솔급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를 내세우는 최근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에서는 발열, 프레임 드롭, 저장 공간 과다 사용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콘솔-PC-모바일을 넘나드는 멀티플랫폼 전략이 기본이 되면서 다양한 하드웨어 사양을 커버하기 위한 최적화 작업이 필수가 됐다.
반면 최근 출시된 국내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최적화 성과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넥슨의 ‘카잔’은 스팀 유저들 사이에서 “요즘 보기 드문 최적화 수준”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7년 전 그래픽카드로도 무리 없이 실행된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PC 버전 역시 최적화 우수 사례로 평가받으며 해외 커뮤니티에서 “한국 개발자들의 최적화 노하우가 세계적으로 전파됐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들 개발사들은 최적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초기 단계부터 관련 작업에 집중한 점을 주요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게임시장에서는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대형 신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대형 IP 확보와 블록버스터급 신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게임의 사양은 점점 고도화되는 추세다. 이에 ‘최적화’는 앞으로 게임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은 온라인게임 게임 개발 경력과 여러 환경에 대응해야 했던 경험이 누적돼 최적화에 강점이 있다”며 “고사양 게임들이 일반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이런 장점이 부각된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