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8-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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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새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에 따른 전력망 투자 규모 확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은 천문학적 부채 부담 속에 전력망 투자에 필요한 추가 재원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인데 자구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한국전력공사가 새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에 따라 앞으로 전력망 투자 규모 확대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수립한 장기 배전계획에 10조 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져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해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최근 ‘제1차 장기 배전계획’을 내놓았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소비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단위 분산형 전력시스템을 활성화해 원거리 전력망 건설 부담을 완화하고 에너지 공급체계의 저탄소화를 추진할 목적에서 마련됐다.
한전이 진행한 분산에너지 규모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배전망 누적 접속 용량은 25.5GW(기가와트)에서 2028년 말 36.6GW로 약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에너지 용량 가운데 배전망과 연계된 분산에너지의 비중도 같은 기간 17%에서 2028년 20%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자립형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했던 만큼 정부에서는 이번 배전계획을 바탕으로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5년 동안 해당 사업에 10조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상당한 재정적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전은 2038년까지 전력망 구축에 모두 7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한국전력공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전력망 구축에 10조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사진은 7월3일 한전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배전망 유연자원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VPP 표준 공청회’를 진행하는 모습. <한국전력공사>
중장기적 투자 계획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전은 안정적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한전은 고강도 자구노력을 기반으로 재정 건전성 회복에 힘쓰고 있다. 우선 서울 마장동 보유 부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BS그룹이 5055억 원의 낙찰가로 성동구 마장동 765-1번지 일대에 위치한 3만9567㎡ 규모의 매각 대상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해 구입전력비 3조 원을 절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이 수요관리에 참여해 저원가 발전원 활용도를 높이는 제도를 도입해 2천억 원 △발전연료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으로 1조 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탄력적 운영에 따른 고원가 발전기 가동 축소로 1조4천억 원 △공급의무화(RPS) 정산 방식 개선으로 4천억 원 원을 각각 줄였다.
이러한 자구노력이 한전의 재정 개선에 일부 기여할 수는 있지만 70조 원이 넘는 전력망 구축 비용과 한전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천문학적 부채와 누적 적자 해소에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2025년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전분기보다 0.7% 늘어난 206조8020억 원 규모다.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2023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 1분기까지 줄곧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막대한 부채로 연간 4조 원 안팎의 이자 부담을 지면서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또 과거 유가 급등 시기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쌓인 누적적자도 1분기 기준 31조 원을 넘어서고 있어 결국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지난해 10월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한해 평균 9.7% 올리며 연간 영업이익에서 8천억 원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주요 정책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전력망 확충에는 투자 여력이 확보돼야 한다”며 “전기요금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전도 꾸준히 정부에 요금 인상을 요청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누적 적자와 부채가 확대됐다”며 “전기요금이 물가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한전으로서는 연료비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